이른바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Naegleria fowleri)'가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강과 호수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한 아동이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아동은 강에서 수영을 하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를 통해 뇌로 들어와 조직을 파괴하는 아메바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이라는 질병을 유발한다. 병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97%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62년부터 2020년까지 151명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됐고 이 중 4명만이 살아남았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주로 섭씨 30도 이상의 담수에서 서식하며 섭씨 46도까지 견딜 수 있기에 따뜻한 기후에서 번식하기 적합하다.
미국에서는 아메바가 애리조나주 등 주로 기온이 높은 남부지역에서 발견됐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꾸준히 북쪽으로 퍼져 나가면서 중부 네브래스카주는 물론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미네소타주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의 환경공학자 윤 셴은 “높아진 기온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같은 병원체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수영과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감염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또 “기후 위기는 더 많은 병원균을 유입시킬 수 있는 홍수와 가뭄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불러 일으킨다”며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해 추운 지역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지역 사람들이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대학의 미생물학자인 찰스 게르바는 “대부분의 사례가 18세 미만의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며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린 소년들이 강이나 호수에서 노는 활동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게르바는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머리를 물 속에 넣지 말고 어린이의 경우 코 클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며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계속돼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현재까지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