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또 다른 韓 경제 하방 리스크

반도체·車 등 주력산업 타격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미국과 중국의 경제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갈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이은 한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25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최근 미·중 경제분쟁 주요 이슈 및 시사점’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입법화 조치가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중 경제분쟁은 2018년 본격화됐으나 2019년 12월 양국 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일단락되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대만을 둘러싼 정치적·군사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對中) 경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 중이다. 오히려 지정학적·경제적 갈등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로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강경 보수주의자로 교체될 가능성이 커 미·중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먼저 반도체 지원법 입법을 통해 중국의 장기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미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 내 공장에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증설을 하는 등 투자가 제한된다.


지난달 입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 영향력을 억제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중국산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같은 조치로 우리나라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데 미국의 규제로 첨단장비를 반입할 수 없으면 미세공정 전환과 생산능력 확충에 차질을 빚게 된다. 배터리 소재·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자동차 역시 IRA 신차 구입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대미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우리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공급망 다변화, 국내 투자여건 개선, 혁신역량 강화 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과된 고율의 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양국 간 갈등 요인의 전개 방향에 따라 무역 분쟁이 재점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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