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반려동물 영상진단 보조 서비스로 내년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반려동물 의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국을 시작으로 북미·유럽 반려동물 의료 시장은 물론, 의료를 넘어서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5일 SK텔레콤은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AI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를 공개했다. 엑스칼리버는 반려견 엑스레이를 분석해 근골격계 질환 7종 및 흉부 질환 10종에 대한 소견을 제공한다.
엑스칼리버 진단은 국내 대형 동물병원 영상전공 수의사 판독과 비교해도 84~97%의 정확도를 보인다.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국내 제1호 엑스레이 기반 동물의료영상 검출 보조 소프트웨어 허가를 획득했다.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AI인 것이다. 개발에 참여한 오이세 SKY 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기존 주관식 진단을 객관식으로 좁혀줘 진료 편의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던 반려견 심장 크기 측정 과정 등이 자동화돼 진단 시간도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개발에는 전국 5개 국립대 수의대학(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전북대·충남대)가 참여했다. 사람보다 부족한 동물 의료데이터를 증강하고, 능동학습을 통해 AI를 고도화했다. 서비스는 클라우드화 해 특별한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만으로 접속 가능하다. 진단에는 30초면 충분하다. 오 원장은 “기존에도 수의사가 진행하는 원격 진료 서비스는 있었지만 의뢰 후 판독까지 최대 24시간이 소요돼 분초를 다투는 진료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면 1분 이내 소견을 받을 수 있기에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내 반려동물 의료 시장 규모가 올해 1조 7400억 원에서 2027년에는 3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른 성장에도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다. 현재 전국 동물병원은 4600여 개, 동물용 엑스레이는 총 2900여 대로 추산된다. 엑스칼리버 한 달 사용료는 30만 원으로, 국내 모든 동물병원에 적용돼도 연 매출은 100억 원 상당에 불과하다.
때문에 SK텔레콤은 엑스칼리버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우선 지속적인 학습으로 질환탐지율을 높이고 진료 범위와 대상 동물도 확대한다. 반려동물 시장이 큰 북미·유럽·아시아 진출도 계획 중이다. 진단 뿐 아닌 반려동물 시장 전반에 대한 사업 전개도 고민 중이다. 하민용 SK텔레콤 최고사업개발책임자(CDO)는 “미국에 AI 반려동물 진료 서비스가 있지만 진료 범위가 더 좁고 유럽 등에는 유사 서비스가 없다”며 “영상 보조진단 뿐 아니라 미용·푸드·운동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