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취한 2030에 수입사 '축배'…위스키로 격전 확대

와인 수입 올해도 최대치 전망
신세계L&B 매출 2년새 2배 늘어
젊은 층 프리미엄 주류 선호 높아
몸집 불린 수입사, 위스키도 진출

20~30대의 와인 사랑에 국내 주류 수입 업체들도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와인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호실적을 올린 업체들은 이 기세를 몰아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위스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25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와인 수입액은 3억 9320만 달러(한화 5592억 원)로 전년 동기간 대비 6% 증가했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0%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업계는 올해 이 기록이 또 한 번 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와인 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글로벌 물류가 불안정해 수요만큼 수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는 물류 불안이 해소됨에 따라 연말 특수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와인이 불티나게 팔리자 업계 1위 신세계 L&B는 자체 유통망인 ‘와인앤모어’의 매장 수를 지난해 말 44개에서 이달 49개로 늘렸다. 신세계 L&B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억 원에서 212억 원으로 7배가량 급증했다. 금양인터내셔날과 아영 FB도 지난해 각각 1345억 원, 10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모두 40%씩 증가한 규모다.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대다수 와인 수입 업체들은 올해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무섭게 오른 환율은 복병이다. 지난해 미국산 와입 수입량은 7922톤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전체 수입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입 업체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와인 수입 업체들은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5~10% 인상한 바 있다.


한편, 주류 시장의 판매 경쟁은 1라운드 ‘와인’에서 2라운드 ‘위스키’로 옮겨 붙는 분위기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에 익숙해진 20~30대 소비자 사이에서 소주와 맥주, 와인을 넘어 프리미엄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위스키 수입액은 1억 2365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 늘었다. 맥캘란·발베니·조니워커 등 인기 위스키 제품의 경우 일부 유통 채널에서 사재기와 품귀 현상이 나타날 만큼 인기다.


이에 주류 수입 업체들은 와인에 이어 위스키로 배턴을 이어받아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고급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3000억 원에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위스키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제주에 있는 소주 공장을 위스키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세계L&B는 특허청에 ‘제주 위스키’, ‘탐라 위스키’, ‘K 블렌디드 위스키’ 등 관련 상표를 등록한 상태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금양인터내셔날은 연내 버번 위스키 ‘올드 버지니아’ 수입·판매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위스키를 판매하는 건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와인 수입을 전개하고 있는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감귤주스 공장 업종에 ‘기타 증류주 및 합성주 제조업’을 추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주에서 위스키를 생산하기 위해 검토 중인 방안의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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