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과 저음의 만남…"도플갱어 콘셉트로 고정관념 깼죠"

■사무엘 윤·김기훈 리사이틀
고전적인 가곡에 극적 요소 가미
한명이 부르면 한명은 감정 연기
팬데믹 위기 새로운 시도로 돌파

27일 ‘도플갱어’ 공연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바리톤 김기훈. 사진 제공=마포아트센터

“베이스바리톤 혹은 베이스와 바리톤 같은 저음 성악가의 조합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도플갱어’를 소재로 삼으니 좋은 그림이 나왔어요. 저음 가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죽음에 가장 가까운 분위기가 있어요” (김기훈)


“외국에서 28년간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며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전 가곡에 극적 요소를 가미하는 등 다른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시도지만, 어차피 언젠가 할 거면 우리가 먼저 해보자 했습니다”(사무엘 윤)


성악가들의 듀오 리사이틀은 테너·소프라노 같은 고음과 바리톤·베이스 등 저음의 조합이 일반적이지만, 이 고정관념을 깬 공연이 열린다. 바로 2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바리톤 김기훈의 ‘도플갱어’다.


사무엘 윤은 독일어권 성악가의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김기훈은 작년 영국 BBC의 성악 콩쿠르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오르는 첫 공연으로, 이들은 1부에서 서로가 도플갱어라는 기본 설정 아래 한 곡의 파트를 나눠서 부르되, 한 사람이 노래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가사의 정서를 연기로 보여줄 예정이다.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 두드러지는 감정의 표현을 가곡에서도 드러내 보자는 취지다. 프로그램의 곡들도 큰 틀의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2부는 각자를 대표하는 오페라 아리아의 레퍼토리를 부른다.



성악가 사무엘 윤(왼쪽)과 김기훈이 2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마포아트센터

사무엘 윤은 지난 2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통해 좀체 보기 어려운 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준비가 힘들어서 익숙한 아리아로만 꾸밀까 했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접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는 사람이 줄어드는 클래식 시장의 어려움 속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저음 성악가들이 조합된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서 프로그램 구상부터 쉽지 않았지만, ‘도플갱어’ 콘셉트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스타급 음악가를 제외한 클래식계 전반이 처한 어려움도 도전에 영향을 미쳤다. 김기훈은 팬데믹에 연주 스케줄을 대거 취소당했고, 작년 콩쿠르에 나간 것도 새로운 공연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올 여름 팬데믹 후 처음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의 ‘라보엠’에 출연했는데,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무엘 윤은 “유럽에 유학중이던 후배들이 코로나 탓에 적잖은 나이에 대거 귀국했다. 한국에서 배달 일을 많이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래서 이들이 공연을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도 희망과 용기다. 사무엘 윤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내일이 있고 주어진 기회가 찾아온다는 걸 전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