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하며 증시는 급락하고 국채금리 3년물은 4.5%대로 올라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유지 방침에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사상 최저로 떨어진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약세가 강달러 현상을 부채질하며 국내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220선으로 추락한 것은 2020년 7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3% 넘는 하락률을 보인 것은 올해 세 번째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6.99포인트(5.07%) 급락한 692.37로 장을 마감했다.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431원 30전으로 마감했다. 2009년 3월 16일(144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를 사상 최저인 1파운드당 1.0327달러까지 끌어내린 강달러의 여파로 하루 만에 1430원을 단숨에 돌파한 것이다.
아시아 금융시장도 초토화됐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6% 빠진 2만 6431.55에 거래를 마쳤으며 대만 자취엔지수도 2.41% 하락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 역시 각각 1.2%, 0.75% 떨어졌다. 지난주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가치가 급반등한 엔화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0.64% 오른 달러당 144.23엔대까지 솟구쳤다. 위안화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환율은 7.0298위안으로 올라 2년 만에 처음으로 7위안을 넘어섰다. 인민은행은 급락하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선물환에 대한 위험 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는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밧화 등의 가치도 0.5~0.7% 하락하는 등 아시아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전직하하자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재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와 위안화 가치 급락이 아시아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대외 여건 변화가 국내 물가·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9bp(1bp=0.01%포인트) 폭등한 연 4.548%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