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들 모여라"…도심 한복판에 '꿀벌 정원' 만드는 유럽

버스정류장 위에 꽃을 심어 제작…열섬현상 방지하는 효과도
실제 꿀벌 개체수 유지에 도움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영국 사우스햄튼에 설치된 꿀벌 정류장. 클리어채널 UK 인스타그램 캡처


버스 정류장 위에 정원을 설치해 꿀벌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꿀벌 정류장’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버스 정류장 지붕에 식물을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드는 꿀벌 정류장이 올해 말까지 영국에서 50% 증가할 예정이다. 다국적 옥외 광고 업체 클리어채널은 영국에 1000개 이상 꿀벌 정류장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꿀벌 정류장은 지난 2018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에서 처음 시작됐다. 위트레흐트시는 모든 버스 정류장의 지붕 위에 정원이나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300개 이상의 꿀벌 정류장을 제작했다. 이후 네덜란드 전역으로 확산한 꿀벌 정류장은 꿀벌 개체수를 유지하는 데 도움 됐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유럽 전역과 캐나다, 호주에서도 꿀벌 정류장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어채널은 평균 수명 20년을 초과한 버스 정류장을 대상으로 꿀벌 정류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꿀벌 정류장의 지붕은 물에 젖은 흙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일반 지붕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점을 감안해 교체가 필요한 버스 정류장을 선택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붕에는 꽃가루를 매개하기 좋은 야생 딸기, 양귀비, 팬지 등이 심어진다. 꽃이 심어진 지붕은 빗물을 흡수하고 열섬현상(도시 지역의 온도가 교외 지역의 온도보다 높은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 된다. 관리도 간편하다. 평년처럼 비가 올 경우 1년에 2번 정도만 잡초를 손질하면 된다.


조 스미스 더비셔 야생동물재단 대표는 가디언에 “꿀벌 정류장을 모두 더하면 면적 자체는 작을 것”이라면서도 “녹지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 있는 것만으로도 꿀벌 정류장은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꿀벌이 세계 곳곳에서 실종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10년대 들어 꿀벌의 30~40%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지난겨울에만 사육하는 꿀벌 약 78억 마리가 폐사했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꿀벌의 실종은 기아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사무엘 마이어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교수 연구팀은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