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028300)가 간암 1차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적응증을 선낭암, 대장암, 위암 등으로 확대한다. 특히 선낭암의 경우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NDA)를 제출하고 신속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26일 HLB에 따르면 이 회사는 미국 FDA에 간암 치료제에 앞서 선낭암 치료제로써 리보세라닙 단독요법 NDA를 신청하기로 확정했다. 침샘암이라고도 불리는 선낭암은 아직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FDA는 지난해 2월 리보세라닙을 선낭암에 대한 희귀의약품(orphan drug designation)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NDA 신청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FDA의 희귀의약품 제도는 희귀·난치성 질병 치료제 개발이 원활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면 개발사는 임상 시험 승인과 허가 심사 기간 단축, 허가 신청비용 면제, 세금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HLB는 선낭암 허가용 임상으로는 세계 최초로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완료해 올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학회(ASCO)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종양의 크기 변화를 측정하는 반응평가기준(RECIST v1.1) 15.1%의 환자에게서 30% 이상 암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고, 암 내부 밀도까지 측정하는 평가기준으로는 50.8%의 환자에게서 높은 반응률이 나타났다.
임상을 주도한 강현석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메디컬 센터 교수는 당시 학회의 토론 세션에서 “6개월 이내에 급격히 악화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을 투여한 결과 80% 이상에서 암 성장 억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직 FDA의 허가를 받은 약물이 없는 선낭암 분야에서 리보세라닙의 높은 약효와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세계 최초의 1차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HLB는 선낭암이 방사선 치료와 수술 외에 표준치료제가 없는 분야여서 FDA의 가속 승인이 가능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인근 HLB 바이오전략기획본부 부사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2상을 마친 뒤 FDA와 2상완료(EOP2·End of Phase 2) 미팅을 진행했다”면서 “올해 안에 NDA를 제출하고 가속승인 절차를 밟는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HLB는 대장암에 대해서도 리보세라닙과 ‘론서프'(일본 다이호제약) 병용요법 임상 2상을 검토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대장암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인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면서 ”3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2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암에 대해서도 ‘파클리탁셀'(화이자) 병용요법으로 2차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HLB는 이달 열린 유럽암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항서제약) 병용요법 간암 1차 치료제에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중앙값(mOS)이 기존 표준치료 요법인 ‘아바스틴(로슈)+티센트릭(로슈)’ 병용(2020년 FDA 승인)의 19.2개월을 뛰어넘는 22.1개월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해당 논문은 ESMO에서 소화관 종양 분야의 ‘총회 하이라이트(Congress Highlights)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측은 여세를 몰아 내년 1분기에 FDA에 NDA를 신청할 계획이다. 장 부사장은 “8월 FDA에 신약허가신청 사전 미팅(Pre-NDA)을 신청해 10월 중순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임상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높은 약효와 복용 편의성 등을 어필, 승인을 획득하겠다”고 밝혔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미국에서는 직접 판매하고, 유럽과 다른 국가에는 기술수출(license out) 또는 파트너사를 통해 유통시킬 방침이다. HLB의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는 이를 위해 다국적 제약사 출신 생산·마케팅 전문가를 다수 영입하기도 했다. 장 부사장은 “모든 암의 평균 생존율이 70%로 높아진데 반해 간암은 5년 생존율이 여전히 40% 이르지 못해 미충족 수요가 큰 질병”이라며 “리보세라닙이 통계적 유의성과 높은 치료 효과를 입증한 데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조합의 기전으로 환자의 치료 옵션을 넓혀주는 이점이 큰 만큼 내부적으로 신약허가를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