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고단함을 덜기 위해 반주를 곁들이는 직장인들이 많다.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날씨에 소주를 한두 잔씩 기울이다보면 반병(3~4잔)을 금새 비우게 된다. 그런데 하루 2~3잔 이하라도 일주일에 5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46%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성에서 발병률 증가가 두드러져 40대 이후 잦은 음주습관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2004~2013년 도시 기반 역학연구에 참여한 40~69세의 건강한 중장년 12만 8218명을 대상으로 소량 음주가 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번에 40g 미만의 알코올 섭취를 소량 음주로 규정한다. 알코올 40g은 성인 여성 기준으로 소주 5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소주와 맥주를 마실 때 각각의 잔으로 적게는 2~3잔, 많게는 4잔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구팀에 따르면 추적 기간 동안 남성 462명과 여성 385명을 합쳐 총 847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를 음주 그룹과 비음주 그룹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남성에서 음주 그룹의 위암 발생 위험이 비음주 그룹보다 31% 유의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주당 음주 빈도가 1회 증가할수록, 한 번에 섭취하는 음주량이 10g 증가할수록 위암 발생 위험이 그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특히 암 발병 위험이 낮다고 여겨지는 소량의 음주도 지속되면 위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여성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40g 미만으로 소량일지라도 1주일에 5회 이상 음주 행위를 지속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최대 46%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강대희 교수는 "기존 연구가 위암 발생과 폭음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규모 역학 연구를 통해 소량이라도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들 또한 위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알코올 노출이 위 점막 세포의 유전자(DNA)를 영구적으로 손상하고, 알코올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손상된 DNA의 복구 과정을 억제하면서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밖에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위장관 내 활성산소의 생성을 촉진하고, 나이트로사민과 같은 발암물질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중·장년층 남성의 잘못된 음주 습관이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만약 술을 마신다면 음주량이 적다는데 안심하지 말고,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될 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소량의 음주를 했더라도 반드시 다음날은 금주하는 등의 방식으로 신체에 휴식기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생물학 및 의학'(Cancer Biology &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