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항공 운임의 원가 분석, 실시간 모니터링 등으로 국제항공료에 대한 통제 강화에 나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으로 주요 국제노선 독점과 이에 따른 항공 운임 상승 우려에 선제 대응하려는 것이다.
27일 서울경제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포스트 코로나 대비 국제항공 정책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노선 거리, 연료비, 인건비, 항공기 운용 비용 등 원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제항공 노선의 공시 운임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시 운임은 항공사가 부과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운임을 뜻한다.
현재도 항공사가 공시 가격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운임에 상한을 두고는 있지만 평균 운임이 상한 운임의 30%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성수기·비수기 여부, 예약 시기 등에 따라 항공사에서 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김포공항에서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향하는 왕복 항공편의 일반석 운임을 82만 9000원(유류 할증료, 세금 포함)으로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항공권의 판매 가격을 보면 왕복 기준 50만 원대에도 예약할 수 있다. 이처럼 실제 판매하는 티켓과 상한 운임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하지만 예약을 급하게 잡거나 하는 경우 항공권의 가격은 왕복 70만 원대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항공권 가격은 수요나 예약 시기 등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이에 정부는 원가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권 상한 가격이 되는 공시 운임을 통제해 항공사가 항공권 가격을 급격히 올려 받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부터 공시 운임을 산정하는 ‘표준운임산정서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항공사가 각자 방식으로 공시 운임을 산정하고 있는데 표준 산식 도입을 통해 가격 결정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히 내년부터 인건비, 항공기 운용 비용 등 항공 운임 원가 분석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항공 노선의 운임 가격 모니터링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국제노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운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더욱 세분된 기준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국제항공권 가격 옥죄기에 나선 배경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자리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총 65개의 중복 노선 중 26개 노선에 경쟁 제한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의 공시 운임이 실제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없었던 만큼 규제를 보다 현실화하려는 시도”라며 “운임상한제의 경우 시장에 주는 정부의 경고와 같은 의미도 있기 때문에 기준의 합리화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항공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대거 풀리면서 여행 수요도 대폭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가격 통제로 흐를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선 운항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