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테마파크, 과감한 변화 필요…'인간의 욕망' 맘껏 표현했죠"

'오겜' 채경선 미술감독
에버랜드 핼러윈축제와 첫 협업
좀비로부터 탈출하는 테마 구현
미디어파사드 활용, 공포 극대화


“이미 K팝과 영화·드라마·음식 등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테마파크도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지금쯤은 한 번 바뀌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려면 새로운 변화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에미상 6관왕을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채경선(43·사진) 미술감독은 국내 대표적인 테마파크 에버랜드의 ‘핼러윈 호러 축제’ 디자인을 맡은 이유에 대해 28일 이렇게 말했다. 에버랜드는 이날 저녁 핼러윈 축제를 언론에 공식 공개하면서 채 감독을 초청했다.


흥행 미술감독으로서 개별 테마파크와 협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채 감독은 “아이와 해마다 여러 번 방문할 정도로 에버랜드가 친숙했는데 마침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왔다”며 “(영화 같은 중간 매체 없이) 직접 디자인한 공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채 감독도 테마파크에서 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오징어게임’ 이후 백화점, 팝업 전시, 캐릭터 상품 등 여러 업체가 제안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는데 마침 올 5월 에버랜드에서 협업 요청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2010년 핼러윈 축제를 시작했다. 본격 호러 체험존인 ‘블러드시티’ 시리즈를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올해는 6회째다. 코로나19 팬데믹 해소와 함께 에버랜드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특히 올해 축제에 공을 들였다. 에버랜드 호러의 특징은 ‘극강의 공포’로 인식된다.


채 감독은 호러 축제 디자인에 대해 “전반적인 콘셉트는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라며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갇힌 생활을 보냈던 것처럼 ‘좀비가 들끓는 도시’를 탈출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탈출 수단은 열차다. 탈선한 기차와 터널, 네온사인들이 공포영화 세트장을 방불하게 한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블러드시티 입구에 있는 ‘중앙역’인데 탈출 안내문이 뜨는 LED 화면, 미디어 파사드 등을 통해 더 큰 공포를 경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의 호러 체험존 ‘블러드시티6’의 메인인 ‘중앙역’의 모습. 사진 제공=에버랜드

에버랜드의 호러 체험존 ‘블러드시티6’의 메인인 ‘중앙역’의 낮 모습. 사진 제공=에버랜드

사람들에게 익숙한 ‘오징어게임’과의 관련성은 배제했다고 했다. 채 감독은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색감과 오브제를 참고했다”며 “분홍색과 녹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오징어게임’과 달리 이번에는 붉은색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작은 몸에서 굉장한 기운이 나오는 것을 대화를 나누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테마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호러물을 해본 적이 없고 또 개인적으로 공포 체험도 잘 못한다”면서 “그러나 또 그런 인간이 가진 욕망을 표현하는 것도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의 호러 체험존 ‘블러드시티6’의 배우들. 사진 제공=에버랜드

/글·사진(용인)=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