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노조천국 佛도 "위헌"…노란봉투법의 '3가지 치명적 오류'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누구를 위한 노조법 개정인가
①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
정치·사회적 사안까지 포함
산업현장 혼란 가중 불가피
② 불법 파업도 손배 금지
법리 반하는 무리한 법해석
종전 판례들과도 정면 배치
③ 폭력적 쟁의도 배상 제한
보호 빌미로 노조에 면죄부
'재산권 보호' 헌법과 충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불법 파업 및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불법점거를 계기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파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제한하는 소위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후 시작된 모금 운동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이 법은 19·20대 국회에도 상정된 적이 있지만 논의조차 못 한 채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대 야당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을 통해서라도 입법을 강행하려 하자 이에 여권과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 측이 국회에 제안한 법안은 현재 7개에 달한다. 이들 법안은 ①‘노동쟁의’의 개념을 변경해 ‘쟁의행위’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②불법적인 노조 활동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했으며(다만 ‘폭력·파괴를 동반한 경우’에만 예외) ③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도 노조의 존립을 어렵게 할 경우에는 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한다. 특히 노조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을 정하도록 한 점 등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쟁의행위 대상의 확대
현행 노조법(제2조 제5호)은 ‘노동쟁의’의 개념을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결정에 대해 당사자 간 주장의 불일치로 자주적 교섭을 통한 해결이 어려운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의 권리 설정을 위한 ‘이익 분쟁’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지만 정리해고와 같이 이미 확정된 사항을 다투는 ‘권리 분쟁’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자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개념을 근로조건뿐 아니라 ‘노동 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 불일치’로 확대하고 ‘자주적 교섭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라는 단서를 삭제했다. 따라서 개정안에 의하면 권리 분쟁과 정치·사회적 사안까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노사 합의보다는 쟁의행위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더욱이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 및 노조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까지 사용자의 개념에 포섭해 원·하청 관계까지 무분별하게 쟁의행위에 가담할 우려가 있다. 이 또한 종전 대법원 판례와도 상반되며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제한



현행 노조법은 헌법상의 노동3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정당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나 근로자에게 그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민형사상의 면책을 두고 있다(제3조·제4조). 그러나 불법쟁의의 경우 노조는 물론 이를 기획·지시한 노조 간부(단순 가담자는 제외)에 대해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로 노조 활동이 위축되고 조합원이 생계 곤란을 겪는 등 노동기본권 자체가 위협당하고 있는 만큼 ‘폭력·파괴를 동반한 경우’ 외에는 그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는 무리한 법 해석으로 종전 판례와도 배치되며 기존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결국 불법행위까지 면책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노조의 불법을 부추기는 법으로 남게 될 것이다.



손해배상액 제한 및 경감 청구

불법 파업으로 생긴 영업이익의 손실 및 고정비용 지출 등 당해 행위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대해 노조는 물론 이를 기획·지시한 노조 간부(단순 가담자는 제외)에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노조의 존립을 어렵게 할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노조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을 정하도록 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노사 대등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원상회복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 법리에도 어긋난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입법례는 없으며, 친노동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입법을 제안했으나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으로 좌초된 바 있다.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손해배상 제한



실제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현재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을 담은 법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은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이 근로자 개인의 경우와 노조의 경우로 나눈다. 우선 근로자 개인의 경우, 불법쟁의에 참가한 조합원은 고용계약 위반 및 공모(conspiracy) 법리에 의해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노조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단체 책임을 면책하는 상태가 지속되다 1971년 ‘노사관계법(Labour Relations Act)’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 이래 이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영국은 조합기금 보호 차원에서 조합원 수에 비례해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두고 있는데 종전에는 25만 파운드(약 3억 9600만 원)였지만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100만 파운드(15억 8100만 원)로 상향 조정했다.


독일의 경우 영국과는 달리 권리능력이 없는 사단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면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기 때문에 노조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19년 바이마르 체제가 성립되고 노조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노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요청되면서 불법쟁의에 대한 근로자 책임은 BGB 제31조(사단법인의 책임) 및 제831조(사용자 책임)에 의해 단체 책임으로 귀속돼 쟁의행위를 추진·조직·지도한 노조 간부와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단결권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권리로 간주되므로 불법쟁의에 대한 책임도 개인 근로자가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불법쟁의에 참가한 조합원은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근로계약상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노조가 불법 파업을 주도·지시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책임이 인정된다. 한편 파업권과 관련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증가하자 1982년에 사회당은 모든 단체 행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한 바 있으나 헌법위원회(Conseil constitutionnel)의 위헌 결정으로 실패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면책이 되나(노동조합법 제8조), 불법쟁의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의 노무 제공 거부에 대해 근로계약상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415조). 또 사업장 불법점거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소유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불법행위를 지지한 조합 간부도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이 발생한다(민법 제719조).


불법 파업 조장할 수도

쟁의행위로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본 경우 이를 주도한 노조나 근로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 문제의 본질은 헌법상 노동기본권과 재산권이 상충할 때 이를 어떻게 규범 조화적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귀착되는 문제다.
헌법상 노동기본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 쟁의권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과의 균형을 고려해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면책될 뿐이다. 그럼에도 노동기본권 행사라는 명목하에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기존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입법으로 위헌적이고 노사 대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노사 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노사 관계에서 쟁의행위 및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 따라서 파업은 자제해야 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손해배상 소송, 가압류 남용으로 노동기본권의 본질이 훼손되거나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가 위협당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는 있다.

이정 교수는…노동법과 노동정책 및 일본법 분야의 국내 대표적 전문가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노동법이론실무학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정부기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일본 큐슈국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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