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대형 택시를 운전하기 위해 필요한 고급 택시 면허의 취득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택시난과 맞물려 대형 택시를 운행하려는 수요가 높아진 만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택시 업계를 떠난 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등 승차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10월 발표할 택시 승차난 해소 완화 방안에 고급 택시 면허 취득 조건 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무사고 운행 기간을 줄이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는 승차난 해소 대책을 도출하기에 앞서 국토부와 소통해온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사안이다.
택시 기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형 택시 기사가 대형 택시를 몰기 위해서는 기존 택시 면허를 고급 면허로 전환해야 한다. 요건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무사고 운전 경력이 일정 기간 이상 유지돼야 한다. 극심한 승차난의 중심에 선 서울의 경우 개인 택시 무사고 운전 경력 5년 이상이 요구된다. 국토부와 함께 대책을 논의 중인 서울시는 단계적으로 무사고 운전 경력을 2~3년으로 줄이는 안을 포함한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사고 기간을 줄이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형 택시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훨씬 비싼 만큼 비용 인상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대형·고급·모범 택시 수를 8월 기준 4131대에서 향후 약 7000대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7000대는 향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운행 수익이 쪼그라들며 택시 업계를 떠난 기사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대형 택시 영역은 오히려 기사들이 몰리고 있다. 일반 택시 대비 요금이 약 3배가량 비싼 대형 택시라도 타고 귀가하려는 승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타다 운영사인 VCNC 관계자는 “대형 택시 운행을 위해 이력서를 넣고 대기하는 기사가 15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에 발맞춰 플랫폼 회사들도 대형 택시를 늘리는 추세지만 고급 면허 취득 조건이 장애물로 작용해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업체 간 기사 확보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택시 기사 수요를 고려할 때 조건 완화가 곧바로 유효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수익 악화 등을 이유로 개인 택시 사업자들 중에서도 운행을 중지하고 쉬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 그동안 운행하지 않던 개인 택시 공급이 고급이나 대형 택시 시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