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1조 5000억 원에서 2조 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통상 전기요금이 10원 오를 때마다 한전의 연 매출이 5조 원 늘어난다.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는 시기가 3개월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기 사용량의 77%를 차지하는 산업·일반용의 인상분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의 올해 적자가 30조 원을 넘어 4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번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력도매가격(SMP) 300원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며 한전 적자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며 “고작 2조 원으로는 급한 불을 끄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 초만 해도 한전의 적자를 6조 원대로 예측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적자 전망치가 10조 원대로 뛰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고공 행진으로 상반기에만 14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사고로 9월 SMP가 240원대까지 치솟으며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한국법제연구원이 개최한 51회 입법정책포럼에서 “올해 한전 적자는 40조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전은 지금 회사채를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메우고 있다. 한전의 누적 회사채 발행액은 3월 30조 4000억 원, 6월 33조 2000억 원, 8월 56조 1000억 원, 이달 19일 58조 2784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사채 발행 누적액은 70조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도 올해까지다. 한국전력공사법상 규정한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전법은 회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적립금은 순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30조 원 적자가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회사채 발행 한도가 크게 쪼그라든다. 유 교수는 “내년 1월부터는 전기요금을 분기당 10원씩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