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리 허리 아프시다더니 좀 어떠세요? 아이고, 지난번에 자전거 타다 넘어지셨다고 하셨죠?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바쁘시더라도 병원 꼭 가보세요. "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22) 둘째날인 30일 ‘K-디지털헬스케어 서밋’에서 한통의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참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웬만한 자식보다 살뜰하게 어르신의 안부를 챙기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AI(인공지능)다. 네이버가 자체 구축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개발했다. AI가 독거노인과 같이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
이날 특강을 맡은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해운대구 독거노인 100명에게 격주 간격으로 돌봄전화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사용자의 90%가 '전화 후 위로 받는 느낌'이라고 답했다"며 "반응이 좋아 현재는 8000명까지 규모를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는 일명 '클로바 케어콜' 시범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광대병원과 지역사회 정신건강 관리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병원 내원객 중 정신건강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AI가 주기적으로 유·무선 전화를 걸어 안부, 건강상태, 식사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정서적 지원에 나섬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나 소장은 "AI가 과거 통화내역을 기억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며 "동시에 100명, 1000명 이상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가능해 일선 병원들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예약은 물론 수술 후 경과를 묻는 해피콜, 임상시험 기본 데이터 수집 등 병원 현장 내 확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네이버는 신사옥에 있는 사내 부속병원을 '테스트 베드' 삼아 AI부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을 결합한 의료서비스를 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서베이'(Smart Survey)다. 환자가 진료를 보기 전 신체 증상, 정신건강 상태 등을 설문조사 형태로 제공하면 AI가 의심 질환과 해당 진료과 정보를 제공해준다. AI가 문진·예진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짧은 시간 내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해졌다. '보이스 EMR'(Voice Electronic Medical Record)은 음성 인식을 통해 환자 상태와 진료 소견, 처치, 결과 등을 자동으로 작성해준다. 나 소장은 "한글과 영어를 섞어쓰고 흘려 말해도 정확하게 인식할 뿐 아니라 의학용어로 변환해 기록해준다"며 "간호사 간 인수인계도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방대한 양의 과거 병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이상 소견이 발견됐을 때 필요한 검사 등을 제안해주는 '페이션트 서머리’(Patient Summary)도 의사 출신인 나 소장이 유용성을 자부하는 서비스다.
나 소장은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좋은 기술을 개발해 의료계에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