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늑대사냥' 낯설어진 서인국, 데뷔 10년에 맞은 변곡점

'늑대사냥' 서인국 /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배우 서인국에게 영화 '늑대사냥'은 배우 데뷔 10주년에 맞은 변곡점이다. 그간 선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만난 그가 작품을 통해 강렬한 악역으로 변신했고, 이를 위해 그간 숨겨뒀던 비밀병기인 눈빛을 꺼내들었다. 관객에게 낯선 모습을 보여준 그는 '늑대사냥'에서 새로운 가지를 뻗어 앞으로의 10년을 만들 계획이다.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필리핀에서 한국까지 이송해야 하는 가운데 극한 상황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이다. 범죄자 조직의 우두머리인 종두(서인국) 역시 호송선 프론티어 타이탄에 몸을 싣는다. 사전에 탈출을 계획한 종두와 그 부하들은 경찰과 극한의 대치를 벌이게 된다. 대치 상황은 피를 부르는데, 서인국은 이 지점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가 이런 느낌인데, 이제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구나 싶었죠. 사실 이 정도로 피가 많이 튈 줄은 몰랐어요. 또 스토리텔링은 신선했어요. 한 인물이 쭉 이어가는 영화가 있고,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영화가 있는데, '늑대사냥'은 후자에 가까운 영화잖아요. 초반에는 종두가 이끌어 가다가 다른 세력이 나오고, 처음부터 밑밥을 깔면서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갑자기 맞닥뜨린 순간이 있어요. 이런 이야기 흐름이 좋았습니다."


종두의 매력도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던 서인국은 항상 "악역"이라고 답했다. 그 정도로 평소 악역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거다. 때문에 악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종두의 파격적인 모습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악역은 감정이 명확하고, 욕망이 있잖아요.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해서 방향성도 있죠. 종두는 타고나길 악이에요.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죽이는데, 살인을 즐기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아니에요. 아무렇지 않은 느낌의 악인 거죠. 그 부분이 저한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늑대사냥' 스틸 / 사진=TCO더콘텐츠온

서인국은 범죄자 조직을 이끄는 종두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외형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꾀했다. 온몸과 얼굴을 뒤덮은 문신 분장을 하고, 약 18kg을 증량해 위협적은 종두의 모습을 완성한 거다. 묵직한 한 방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변화다.


"'살크업'을 하려고 했어요. 그냥 몸이 좋은 게 아니라, 헤비급 선수처럼 두꺼우면서 출렁거리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죠. 증량하기 위해 정말 많이 먹었어요. 배우 음문석과 제주도 합숙에 나서서 2주 동안 엄청난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매일 닭 가슴살 5개를 먹고, 공깃밥에 계란 7개씩 먹었어요. 거의 3시간 주기로 계속 먹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몸이 점점 더 커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문신 분장을 하니 음영이 생겨서 화면에서는 생각보다 날씬하게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는 건 낯설 수 있는 일. 그러나 서인국은 배우로 일하면서 낯섦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기에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 인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분장이 반가웠다고.


"분장 자체는 힘들었죠. 준비하는 게 기본 2~3시간 걸렸으니까요. 온몸 문신 분장은 스티커로 했는데, 제가 스티커 알레르기가 있더라고요. 피부에 땀띠가 일어나서 힘들었어요. 이 모든 걸 무마할 정도로 변신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어요. 만족도가 높다 보니 즐겁게 참을 수 있었고요. 정장을 입은 날에는 행동이 조심스러워지잖아요. 마찬가지로 문신 분장을 하니 정말 종두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웃통을 까고 세트장을 마구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악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강렬한 눈빛 연기도 마음껏 펼쳤다. 평소 날카로운 눈빛이 콤플렉스였던 서인국. 선역을 연기할 때는 그 눈빛을 숨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편에는 '언젠가 이 눈빛을 써먹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이런 기다림 끝에 '늑대사냥'을 통해 마음껏 눈빛을 선사한 거다.


"우리나라는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어렸을 때는 눈빛 때문에 '못되게 생겼다'는 말도 많이 듣고, '눈 그렇게 뜨지 마'라며 형들에게 시비도 걸렸어요. 배우가 된 후 주로 사랑하는 연기나 정의 구현을 이야기하는 캐릭터를 할 때는 눈빛을 숨겼죠. 사랑하는 사람을 살벌하게 쳐다보면 안 되니까요. 그렇게 제 눈은 비밀병기가 됐죠.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한 것도 있어요."


'늑대사냥'의 80%는 강렬한 액션신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인국은 충분한 리허설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환경에서 촬영했기에 부상은 없었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이 워낙 안전에 예민해 더욱 부상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시간 하나하나가 돈이잖아요. 빨리 찍는 게 좋을 텐데, 안전은 정말 철저히 지키시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다칠 것 같으면 촬영을 곧바로 멈추고 다시 세팅하면서 디테일을 잡으셨죠. 항상 '천천히 하라'고 말씀하시는 감독님이 정말 자랑스럽고 귀여워요."




노고 끝에 완성된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외국 관객들에게 먼저 선을 보인 셈이다. 배우들도 토론토국제영화제 시사회 당시 완성된 작품을 처음 보게 됐다. 서인국은 외국 관객과 함께 처음 영화를 보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감독님이 끝까지 안 보여주셨죠. 원래는 배우들에게 보여주곤 하는데, 저도 토론토에서 처음 보게 된 거예요. 정말 강렬하더라고요. 시나리오 대로 잘 나왔어요. 더 재밌었던 건 현장 분위기였어요. 보통 조용히 보잖아요. 그런데 축제성이 강하다 보니 환호를 지르고 다 함께 웃으면서 봤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죠."


서인국은 '늑대사냥'을 통해 외적인 면모부터 강렬한 눈빛 연기, 그리고 국제영화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됐다. 많은 걸 시도한 그가 연기자 데뷔 10주년에 맞은 변곡점이다. 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또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뭇가지처럼 뻗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벌써 데뷔 10주년인 게 놀라워요. 10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지거든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면서 고민도 치열하게 했고, 힘든 것도 있었죠. 눈물 흘린 적도 많고요. 축약된 이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돌이켜 봤을 때 재밌고 뿌듯합니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만들지 기대돼요."


"제 영화 필모그래피는 이제 시작이에요. 제가 사람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고, 맛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제 노력이 들어간 부분이 있으니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서인국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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