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원자재 분야의 탈(脫)중국을 선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국정 연설에서 ‘유럽 주요 원자재법’ 제정 방침을 밝히면서 “리튬과 희토류는 곧 석유나 가스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제 다시는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대란을 맞은 EU가 원자재 분야에서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문제는 한 나라(중국)가 거의 모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요 원자재의 추출·정제·가공·재활용을 전략적으로 식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반도체·전기모터·배터리에 필수적인 희토류·리튬 등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 파트너로 호주·인도·칠레·멕시코·뉴질랜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이 ‘칩4 동맹’과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자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서는 것처럼 EU도 중국·러시아와 거리를 두면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공급망 블록화 속에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의 올 1~7월 대(對)중국 수입 비중은 64%에 이르렀다.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의 경우 81%를 중국에 의존한다. 요소수 사태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 원료 공급 차질로 배터리 생산이 중단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공급망 쇼크를 막기 위해 탈중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캐나다·호주 업체와의 광물 공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EU의 탈중국·러시아 공급망 선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대신에 호주·캐나다 등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원자재 협력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해외 자원 개발 투자를 늘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자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