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와 사전에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인사이동은 부당인사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조합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99년 A조합에 입사한 B씨는 2018년부터 지점장으로 근무해왔다. A조합은 2020년 10월 B씨를 다른 지점 여신팀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해당 지점에서 B씨는 팀원 없이 혼자 창구에서 여·수신 업무를 담당했다.
B씨는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A조합은 "B씨의 전보처분은 순환근무의 일환으로 누적된 인사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지만 노동위는 부당전보로 판단해 B씨 손을 들어줬다. A조합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직책을 지점장에서 지점 여신팀장으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B씨는 2007년을 끝으로 여·수신 업무를 하지 않아 여신팀장의 업무를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보처분에 따른 B씨의 △지정잠으로 갖는 지휘와 감독 권한을 상실 △지점장 차량 유지비 △적응장애 증세 악화 등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도 상당히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A조합은 B씨와 전보 처분에 앞서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지만 당사자 간에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전보처분에 필요한 협의 절차를 준수했다고도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