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정부는 외환위기 아니라는데… 위기 상황 보여주는 이 '지표'

70년대 오일쇼크+97년 IMF 위기 몰려와
정부, 금리 인상 용인해 물가부터 잡는다지만
달러 유동성 긴장감 커지면 쇼크 올 수도


한국경제에 제2의 환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원화가치 하락), 우리 경제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 악화 등이 불길한 미래를 보여주는 주요 시그널로 꼽힙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이번달 0.5% 포인트 이상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물가 상승 속 경기 불황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역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인정 받는 확실한 시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경제에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겹쳐오고 있는 셈입니다.


우선 정부의 대응을 살펴 보겠습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당분간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이고 이후 경기에 대응한 추가 정책으로 넘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장마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인데 장마를 오지 않게 할 방법이 우리 힘으로는 없다"면서 "비가 오는 것은 소화를 하되 부실한 곳에서 축대가 무너지고 침수가 되고 하는 부분을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환율 불안과 주가 폭락 등이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어 우리나라만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저녁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정부 경제 정책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한국은행과 결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정책은 무엇보다 물가 안정"이라며 "환율, 금리 모든 거시 정책과 미시 정책을 그쪽 방향으로 가고 중앙은행과 우리의 스탠스에 일체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정부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분간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경기를 살리면서도 물가도 안정시키는 해법은 경제학에는 없는 해법"이라는 게 추 부총리의 인식입니다.


그럼 현재 상황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한게 맞는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을 과장되게 보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실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은 제2 환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8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4400억 달러에 이르고 과거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인 은행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매우 타이트하게 관리되고 있어 설령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된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추 부총리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에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밝힌 것도 이런 측면에서인데요.




다만 모든 지표가 안정적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일부 지표는 벌써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달러 조달 시장에서 핵심 지표로 통하는 ‘스와프베이시스’가 대표적입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스와프베이시스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나 최근 들어 이 지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스와프베이시스는 달러스와프(CRS) 금리에서 국내이자율스와프(IRS) 금리를 뺀 값인데, 8월 초 -95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달 29일 기준 -171bp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달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외화 유동성이 굉장히 나빠지는 모습”이라며 “정부가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한 비관론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