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2.27%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59%, 2.66% 뛰었는데요. 10년 물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59% 선까지 밀렸습니다.
이날 영국 정부가 45% 소득세 최고세율을 없애기로 한 것을 번복했습니다. 다만, 영국 정부가 모든 감세안을 없앤 게 아닌데요. 갈 길이 멉니다. ‘감세안 철회’, ‘영국 정부 백기’, ‘금융혼란에 백지화’처럼 영국이 감세안 전부를 철회했다는 느낌을 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데요.
이날 국채금리 하락에 일부 영향을 준 크레디트 스위스(CS) 사태와 예상보다 낮은 미국의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증시 급등에도 시장 전반이 불안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오늘은 영국 정부와 CS 상황,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관련 전망을 집중적으로 전해드립니다.
우선 영국 정부 상황부터 알아보죠. 쿼지 콰르탱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15만 파운드 이상의 소득을 얻는 이들에 대한 감세는 영국이 직면한 도전을 막기 위한 우리의 중요한 임무 달성에 방해가 돼 왔다”며 “그 결과 나는 45%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폐지하는 것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소득자 감세는 대립이 첨예한 부분이었는데요. 그만큼 철회에 따른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크게 받게 됐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옳은 계획”이라며 밀어부치기로 했는데 일부나마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요한 U턴”이라고 한 이유기도 한데요.
하지만 정치가 아닌 숫자로 보면 달라지죠.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로 인한 감세규모는 20억 파운드 정도였는데요. 이는 전체 감세안 450억 파운드의 4.4%에 불과합니다.
뒤집으면 95% 이상의 감세안이 유지된다는 뜻인데요. 또 하나의 축인 에너지 보조금 지급안(600억 파운드)도 그대로 갑니다. 콰르탱 재무장관 트위터를 보면 45%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를 안 하는 게 △에너지 지원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3000만의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감세를 가능하게 하며 △공급망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해준다고 명확히 돼 있는데요. 재정연구소(IFS) 소장인 폴 존슨은 “재정측면에서 보면 45% 세율은 가장 작은 부분이다. 450억 파운드 감세 패키지는 이제 430억 패키지가 됐다”며 “이번 U턴은 그 자체로는 재정 지속성에 아무런 긍정적 효과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시장의 생각은 어떨까요. 콜린 애셔 미즈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규모로 봤을 때 그것은 꽤 적으며 독립기구인 예산청(OBR)의 평가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영국 정부가 감세안의 영향을 포함한 재정전망에 관한 OBR의 발표시기를 늦췄는데 이번 것 가지고는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인데요.
물론 이날 파운드화가 한때 1.133달러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소식 이후에도 1.11달러까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점을 같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영국 국채를 보면 상황이 좀 더 잘 드러납니다. 2년 물 영국 국채 금리가 장중 3.81%까지 급락했지만 다시 4% 이상으로 복귀했지요. 10년 만기 영국 국채도 3.84%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4.04%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준이 전보다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영란은행(BOE)의 시장개입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현 시점에서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확률 무관)인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①소득세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U턴 ②나머지안 고수 ③트러스 교체 등인데요.
시장은 1번을 바랄텐데요. 피터 고브스 MFX 투자자산운용 채권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소득세) 정책전환은 세부사항 측면에서 어느 정도 변화의 여지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FT는 170억 파운드 규모의 법인세 감면이나 130억 파운드 규모의 보험료 지원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트러스 총리가 이미 너무나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영국 정부의 추가 움직임이 중요한데요. 보수당 내 반발에 소득세율안은 어쩔 수 없이 버렸지만 당분간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다면 나머지는 밀어부치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콰르탱 장관은 이날 저녁 보수당 컨퍼런스에서 “힘들 날이었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으며 더 이상 주의가 분산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no more distractions)”라고 강조했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1월23일로 예정해 두었던 중기재정 계획 발표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합니다. 시장 안정을 빨리 찾겠다는 의도인데요.
1차로는 10월14일에 끝내기로 한 BOE의 국채시장 개입 종료시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정대로 종료할 수 있느냐, 종료 시 금리가 폭등하지는 않느냐 등이 핵심인데요. 제인 폴리 라보뱅크 외환전략 헤드는 “BOE의 개입이 끝날 때쯤에 답이 명확해질 것이다. 파운드와 영국 국채는 위기의 숲을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신뢰도 회복을 위해 영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트러스 총리의 임기가 극히 짧을 수 있다는 잠재적 신호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엔 크레디트 스위스(CS)인데요. CS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CS는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투자를 했다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냈는데요. 지난해 CS는 아케고스 관련 손실만 44억 스위스프랑(당시 약 5조2500억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전체 직원의 10%인 5000명을 해고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대규모 자산매각과 비용절감 등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7일에 분기실적와 함께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예정인데요.
그런데 지난 주말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글이 화근이 됐습니다. 그는 “주가를 회사의 강한 자본과 유동성과 혼동하지 마라”면서도 “지금은 심각하게 중요한 상황(critical)”이라고 했는데요. 뒷부분이 문제가 된 겁니다. 스위스 시장에서 주가가 11.5% 폭락했고, 부도확률을 보여주는 5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한때 355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는데요. CDS프리미엄은 연초 57bp 정도였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자금조달 비용은 커지고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데요. 누가 위험하다고 소문난 은행하고 거래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지난 주말 내내 경영진이 투자자들과 고객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로이터통신은 “크레디트 스위스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투자자들과 증자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철수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괜찮다는 게 월가의 판단입니다. JP모건체이스는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인 티어(Tier)1이 6월 말 기준 13.5%로 은행이 생각하는 범위 안에 있으며 유동성 문제도 없다”고 밝혔는데요. 폴 데이비스는 블룸버그통신 기고에서 “애널리스트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자산매각과 자본조달로 40억 달러를 모아야 한다고 한다. 은행이 약해보일수록 조달비용은 높아질 것이고 자산매각으로 받을 돈은 줄겠지만 이것은 뱅크런이나 망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경영둔화에 관한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의 생각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한데요. 그는 이날 CNBC에 “이것은 리먼 모먼트(moment)가 아니”라면서도 시장의 반응이 걱정스럽다고 했습니다. 씨티는 “크레디트 스위스 문제가 미국 은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도 했는데요.
코말 스리 쿠마르 스리 쿠마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 사장은 “크레디트 스위스는 리먼의 순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하지만 무언가 부서질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결국 사고가 하나 터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는 “지금은 매우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적용되고 있으며 연준은 4~4.5%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연준은 11월에 한 번만 더 금리를 올릴 수 있으며 이후에는 금융안정 문제가 우선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장에는 연준의 정책전환(피봇·Pivot)이나 양적긴축(QT) 중단에 관한 기대감이 부쩍 늘었죠. 국채금리 급락은 △영국 국채금리 상대적 하락 △CS 등 글로벌 금융불안 및 침체 우려 △미 제조업 PMI 예상보다 저조 등이 겹쳤기 때문인데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로 예상치(52.5)를 밑돌았습니다. 니코 자산운용의 존 베일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CS는 결국 연준의 방향전환을 의미할 수 있다”고 했고, 마크 코너스 전 크레디트 스위스 글로벌 헤드는 “달러가 급등하면 돈이 한쪽에 넘쳐나고 다른 쪽은 부족하기 때문에 쓰나미를 예상해야 한다”며 “BOE처럼 연준이 QT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는 “연준이 긴축을 마쳤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월가는 12월에 끝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금융안정 위험이 커지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할지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는데요.
이날 국제연합(UN)에서도 긴축을 중단해야 한다는 호소가 나왔습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연준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지속하면 개발도상국에 상당한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며 “연준의 금리가 1%p 오르면 3년 간 선진국의 생산량이 0.5%, 신흥국은 0.8% 감소한다”고 설명했죠.
문제는 연준인데요. 절대 쉽게 물러날 연준이 아닙니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금리인상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 문제가 있고 전 세계 중앙은행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를 해결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봤는데요.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의 발언은 더 직설적입니다. 그는 이날 “강달러로 인한 금융위기 전염에 대해 걱정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미국경제를 돕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는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같은 얘기를 한 바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아직 제약적이지 않다. 여전히 더 가야 한다”고 논란을 종결했습니다. UN만 해도 그들 말대로만 됐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끝났겠죠.
CME 페드워치는 이날 오후3시50분 현재 11월 0.75%p 인상확률을 63%로 점치고 있습니다. 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를 생각의 기본 틀로 확고히 해두고 그 옆을 금융안정 우려로 채울 필요가 있을 듯한데요. 섣부른 기대감이 그동안 연준의 더 큰 대응을 불러왔다는 교훈도 잊지 말아야겠죠.
다만, 분위기 변화에 예민해져야 할 때입니다. 예측 기간도 짧게 잡구요. 피봇은 파티의 시작이 아닌 더 큰 시련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월가는 불안한 기색이 여전한데요. 웰스 파고는 “연준이 공매도론자들에게 시장을 더 낮출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고, 뱅크오브어메리카(BofA)는 “월가가 아직 항복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씨티그룹은 연말 S&P500 목표치를 4000으로 4% 내렸고, 크레디트스위스는 10% 낮춘 3850으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증시는 연준과 금리에 달려 있다는 얘기들이 많지요.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과매도 상황은 시장이 뉴스에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반등할 수 있는 취약성을 만든다”며 “연준이 시장에 계속 부담을 줄 것이다. 근본적인 추세는 여전히 내려가는 쪽이며 불안함은 이어질 것”이라고 봤는데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연준의 피봇 없이는 주가가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했죠.
리스크는 더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수 있고 이것이 국채금리 상방 리스크가 될 수 있지요. 외환개입에 나서고 있는 주요국의 미 국채매각과 연준의 QT도 관건입니다. JP모건은 “그 많은 채권을 누가 다 살까 걱정”이라며 수요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미 전역의 보통 휘발유값도 이날 갤런당 평균 3.799달러로 1주일 전(3.725달러)은 물론 어제(3.796달러)보다도 올랐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금융안정이라는 세개의 바퀴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데요. 시장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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