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기업들이 주얼리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고가 명품 주얼리 수요는 꺾인 반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주얼리를 착용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옷에 지갑을 열지 않을 때를 대비한 돌파구를 사전에 마련해두려는 차원이기도 하다.
4일 귀금속산업 민간연구기관인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비예물 주얼리 시장규모는 4조 4671억원으로 2019년의 4조 2785억원 대비 4% 증가했다. 비예물에는 금과 은, 가죽 등으로 만든 주얼리가 포함된다. 반면 같은 기간 예물 주얼리 시장 규모는 1조 2197억 원에서 1조 1056억 원으로 감소했다. 예물 주얼리는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
예물 주얼리 시장은 2015년 1조 5000억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한 주얼리업계 관계자는 "다이아몬드 등 고가 주얼리는 구매 간격이 길 수밖에 없다"며 "일상 패션으로 주얼리가 각광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예물 시장이 홀로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주얼리 시장이 커지자 패션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옷, 가방류와 연계 구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코오롱FnC는 2020년 가방 브랜드 '쿠론'에서 주얼리 라인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컬렉션부터 자체 제작을 시작했다. 판매량 추이를 살피며 반응 생산을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가격대도 10만 원 미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올 FW 시즌 출시 4주간 판매량은 올 봄·여름(SS) 시즌 동기간 대비 300%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주얼리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 패션 기업은 세정이다. 올리비아로렌 등을 전개하고 있는 세정은 2013년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를 내놨다. 배우 신민아를 모델로 발탁하고 30대 직장인 여성을 겨냥한 고급 라인을 강조한 결과 올해 매출액은 400억 원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규모다. 특히 자사몰을 리뉴얼하고 해외 글로벌 사이트를 구축한 이후 온라인 매출은 매년 전년 대비 20%씩 성장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세정 관계자는 "이성에게 주얼리를 선물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올 상반기 남성 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LF는 2019년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로르'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울산점에 입점하는 등 고급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다. 목걸이 기준 가격대는 20만~50만 원이다. 이밖에 이랜드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이 절반인 인공 다이아몬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컬렉션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