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년간 6명에 곳간 털린 건보…'땜질 처방'이 46억 횡령 불렀다

공단 사고때마다 대책 내놨지만
'계좌 바꿔치기' 수법에 매번 당해

김원이 민주당 의원. 사진 제공=김원이 의원실


국민이 매달 납부하는 혈세인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곳간에 최근 12년간 6명의 내부 직원이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곳간이 털릴 때마다 ‘땜질 처방’을 되풀이해 46억 원 횡령 사건이라는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건보공단 임직원이 횡령 혐의로 적발돼 처벌된 사례는 모두 5건이다. 이번 46억 원 횡령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총 6건이 된다.


서울경제가 김원이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0~2022년 횡령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 사례는 공단이 2014년 발생한 사건의 범행자를 2016년 적발·징계한 것이다. 당시 한 지사 징수부에 근무했던 이 모 과장은 2014년 12월 사업장 소급 상실 신고로 인해 발생한 430만 7400원을 본인 소유의 차명 계좌로 지급 처리했다.




자료 제공=김원이 의원실

당시 공단은 지급 계좌 등록 시스템의 ‘예금주 성명’을 수령 권한이 있는 사업장, 개인 가입자 등으로 고정되게 하거나 시스템에서 수령 권한자와 예금주를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했다. 쉽게 말해 공단으로부터 돈을 지급받는 계좌를 공단 담당자가 바꾸기 까다롭게 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급 계좌 등록 화면을 개선하고 표준 운영 지침 및 업무 처리 지침 등을 마련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횡령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46억 원 횡령 사건도 결국 재정관리팀장이 팀원이 작성한 채권자 계좌 정보를 자신의 계좌 정보로 ‘바꿔치기’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꼭 닮아 있다. 바꿔 말하면 계좌 바꿔치기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번 횡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한 공단 직원은 허위 전산 입력 등의 방법으로 요양비를 차명 계좌로 지급 처리해 2009년 5월부터 2010년 3월까지 97차례에 걸쳐 2억 474만 8850원을 횡령했다. 또 다른 직원은 2008년 11월 민원인이 현금으로 납부한 보험료 200만 원을 본인의 부채를 변제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10년부터 5건의 횡령 징계 사례가 확인됐다”며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이 큰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했다면 46억 원 횡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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