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폭등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3.56%까지 떨어지면서 나스닥이 3.34%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3.06%, 2.80% 상승했는데요. 연이틀 급등세입니다.
이날 시장에서는 유럽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 10년 물 국채금리도 낮아졌는데요. 이것이 투자 심리에 도움이 됐죠. 구인이직 보고서상 노동시장도 둔화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자연스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전환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요. 다만, 어떤 식으로든 연준의 피봇(Pivot·전환)을 기대하지 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종목별로는 지난 7월 돌연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했던 일론 머스크가 기존 조건(주당 54.2달러)에 다시 인수를 추진하면서 트위터가 22.24% 치솟았는데요. 뉴욕주에 1000억 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짓기로 한 마이크론도 4.33% 올랐습니다. 국제유가(WTI)는 OPEC+가 5일 100~200만 배럴 감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에 3.46% 오른 배럴당 86.52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오늘은 주요 지표와 증시 상승의 이유, 기준금리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날 나온 고용지표부터 살펴보죠. 미국의 8월 구인건수가 1005만3000건으로 전월(1117만)보다 111만7000개나 줄었는데요. 비율로는 10%입니다. 시장 예상치 1077만5000건보다 낮았는데요.
여전히 1000만 개가 넘는 채용공고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국 고용시장이 강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 정도라면 연준도 기준금리 인상 노선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2년 반 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긴 한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용공고가 10% 줄었고 해고는 약간 증가해 노동시장이 식기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노동시장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는 7일에 나올 9월 고용보고서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전망치 중앙값이 26만5000개로 최고가 38만9000, 최저가 19만9000 정도인데요. 실업률 예상치는 3.7%로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8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500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간이라도 둔화의 신호를 읽을 수 있지 않나 바라는 것이죠.
실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시장이 흔들릴 수 있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다는 건데요. 컨설팅 업체 개리 실링의 사장 개리 실링은 “최근 몇 달 간 구인 공고와 채용이 감소하고 있다. 고용주는 매출과 이익이 급감할 때만 해고를 하기 때문에 실업 지표는 경기에 후행한다”며 “미국의 노동시장은 사람들 생각보다 약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은 ‘노동시장 둔화=연준 금리인상 조절 신호’라는 점일텐데요. 연준의 생각대로라면 실업률이 내년까지 4.4%로 올라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기대처럼 1000만이 곧 깨질 듯한 구인 건수와 고용 시장 악화는 국채금리 하락과 더불어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측면이 있지요.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10년 팁스(Tips)와 국채금리를 보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2.2% 수준”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 기대가 연준의 타깃 근처에 있다는 뜻이며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그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카라무치가 얘기한 것은 인플레 기대를 보여주는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Break even rate·BEI)’인데요. 이날 오전 기준으로 10년 국채금리가 3.58%, Tips 금리가 1.39% 수준이었으니 대략 2.2% 정도가 나옵니다(BEI=국채금리-Tips 금리).
지원사격도 있었는데요.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 그룹 회장은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면 믿기 어려운 수준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습니다. 그는 전에도 금리를 그만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적 있는데요.
호주 중앙은행도 분위기를 맞췄습니다. 호주는 이날 예상치보다 낮은 0.25%포인트(p)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죠. 연준과 직접적 관계는 전혀 없습니다만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경쟁이 좀 잦아들 수 있는 것 아니냐” 같은 생각이 나오는 겁니다. 옌스 피터 소렌센 단스케 뱅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 특히 유럽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제를 심각한 경기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정리하면, △영국 등 국채금리 하락 △제조업과 고용 등 예상보다 약한 경제지표 △호주 중앙은행의 비둘기파 행태 △장기 인플레 기대 하락이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낮추고 연준의 정책전환 기대를 키웠으며 이것이 증시 상승을 불러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겁니다. 달러인덱스가 이날 110선까지 내려오면서 강달러가 진정된 것도 증시에 도움이 됐죠.
하지만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 말씀드리듯 연준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일종의 피봇에 대한 기대가 쌓이고 있는데 나는 이것이 섣부르다고 믿는다”며 “시장의 일은 예측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다. 시장의 희망과 연준의 실제 모습 사이에 약간의 단절(disconnect)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중요한 부분입니다. 잭슨 홀 미팅 이전에도 양측 사이의 괴리감에 결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초강수를 들고 나왔었는데요. 이날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채용공고 감소가 임금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물가상승 속도 역시 줄일 수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이것이 가장 우려되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시간이 걸린다는 뜻은 결국 한동안 금리를 올리고 그 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말입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우리의 업무가 정말로 끝날 때가지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죠.
글로벌 경제를 걱정하는 국제기구를 빼면 정책 전환에 관한 기대감이 월가와 재계 쪽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인플레이션 피크론으로 대패한 뒤, 영란은행(BOE)의 시장개입 이후 금융안정 논의가 커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죠.
다만, 연준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같은 바람은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금리선물 시장의 얘기도 약간 다른데요. CME 페드워치를 보면 어제와 오늘, 연준의 피봇에 관한 주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날 오후3시 현재 11월 기준금리 0.75%p 인상 확률이 68.2%로 어제(59.5%)보다 더 높아졌는데요. 12월에 4.25~4.50%가 될 가능성도 56.8%에서 68.1%로 올라갔죠.
내년 1월에 4.50~4.75%로 또 한번 상승할 확률도 하루 만에 43.8%에서 53.6%로 뛰었습니다. WSJ은 “지난 주 내년 봄까지 약 4.7%의 최종금리를 예상했던 게 지금은 4.5% 밑으로 내려왔다. 이는 상당한 변화”라고 했지만 최소 연말까지는 그동안의 예상에서 변화가 없으며 되레 더 인상 전망이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요. ING 은행은 “미국 경제는 견고하다”며 “금요일(7일)에 나올 고용 보고서가 연준의 매파 이야기를 되살릴 잠재적인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니온 뱅크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노만 빌라민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연준은 섣부르게 행동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미국 경제는 통화정책을 완화할 상황이 아니"라며 “연준은 몇 년 전에 그들이 만든 버블이 다시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오래 그들의 입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이렇다 보니 시장 반등이 연준의 정책 전환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아 이를 선반영했다기보다는 과매도에 따른 반등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전히 일부 투자자는 피봇을 원하고 있고 영향도 끼치고 있지만 이날 시장을 움직인 핵심 요인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블룸버그는 “호주 중앙은행의 비둘기파적 행동과 BOE의 채권매입 이후 매파 논쟁이 격화했지만 연준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많은 회의론에 부딪혔다”며 “이를 고려하면 비관론이 너무 심각해 (기술적) 반등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것이 이날 증시 상승의 원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UBS의 생각도 같습니다.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CIO는 “S&P500이 9월에 9% 이상 하락하고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연중 하락폭이 25%나 됐다. 우리는 S&P500이 과매도된 것으로 본다”며 “지난 주의 하락 압력은 분기 말 자산 재조정에 따른 것일 수 있으며 증시의 심리가 이미 매우 약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씨티 인덱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가능성이 작지만 저점을 찍었다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베어마켓에 있으며 이것은 후에 그저 또 다른 안도랠리로 입증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B. 릴리의 수석 시장 전략가 아트 호건은 “9월의 잔인한 하락이 주식 반등의 명확한 이유”라며 “이것이 베어마켓 랠리인지 아니면 더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 HSBC는 연말 S&P500 전망치를 4450에서 3500으로 크게 내렸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3200까지 갈 수 있다는데요. 앤드류 가스웨이트가 이끄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전략가들도 “자금 공급의 실질적인 감소와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 가치, 그리고 극도로 위험한 어닝은 바닥을 찾기 전 더 많은 하락을 의미한다”며 매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현금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말도 있는데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현금은 쓰레기라고 해왔던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이날 “현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현금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현재 금리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고려하면 지금은 중립금리 수준”이라며 “단기금리가 적정하다”고 했지요. 현금은 변동성이 클 때 대안으로 꼽힙니다.
물론 이틀 연속 상승장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습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주식파생상품 헤드인 에릭 존스턴은 “월요일의 S&P500 상승세가 광범위했다. 이렇게 범위가 넓을 때는 위쪽으로의 변곡점을 의미한다”며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맞다면 상승폭은 매우 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럼에도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습니다.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 최근의 상승세를 더하고 있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실제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합니다. 이날 주가가 12% 상승했다고 하지만 크레디트 스위스(CS)의 건전성에 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는데요. 영국 재무부는 BOE의 국채매입 승인 규모를 1000억 파운드로 했다고 합니다. 당초 BOE가 밝힌 게 최대 650억 파운드였는데 그보다 증가한 겁니다. 만약을 대비에 넉넉히 한 것일텐데 매입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음을 뜻하지요. 시장 개입기간이 증가한다는 게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중장기로는 꼭 좋은 의미가 아닐 수 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에 따라 연말 유가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도 중요한데요. 뉴버거 버만의 선임 웰스 어드바이저 뉴만 크로프트는 “지난 여름 랠리와 다를 게 없다”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시장이 회복하지 않을 것이며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뚜렷한 하락 같은 근본적 동인이 있어야 지속적인 상승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증시 흐름,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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