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들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매출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 리포트에 따르면 내년 D램 시장 규모는 올해 전망치인 903억 달러(약 129조 원)보다 16%나 줄어든 759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 종류인 낸드플래시 시장도 전망이 밝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낸드 시장 매출이 올해 전망치(720억 달러)보다 3.7% 오른 746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과 2021년 당시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0% 이상 커진 것과 대조적이다.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도 올해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D램 종류를 8Gb(기가비트)로 환산했을 때 2023년 D램 ASP는 0.6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 D램 ASP인 0.80달러보다 22.6%나 내려간 값이다. 2020년부터 집계된 연간 D램 ASP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 낸드를 8Gb로 환산했을 때 내년에 예상되는 ASP는 0.075달러다. 이는 올해보다 21.9%나 하락한 가격으로, 2020년 이후 최저가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수요가 위축돼 재고가 쌓이면 공급량 조절을 위해 설비투자액과 가동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내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낸드 제조 라인 투자 규모가 31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치보다 약 2% 증가한 수치지만 개별 업체별로 보면 중국 업체들을 제외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일본 기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다수의 주요 업체들이 투자 예산을 올해보다 깎을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혹한기 대비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내부 회의에서 올 하반기 반도체 분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낮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올해 하반기 업황이 좋지 않을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좋아질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해진 투자를 조절하는 등 좋지 않은 구간을 지났을 때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업황 악화를 고려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실적 발표회에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고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설비투자 시나리오 가운데는 투자액을 상당 폭 줄이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