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 공연 없는 날에도 편하게 찾는 '생활 속 무대'로 만들었죠"

■설계·감리 맡은 간삼건축 홍석기 전무·양대흥 수석
곳곳에 연결 장치 마련, 주변 동선 유도
세계적 공연장 발로 누비며 완성도 높여
소리·공간·자재 통찰로 최적 환경 구축

홍석기(왼쪽) 간삼건축 전무, 양대흥 수석이 최근 서울 중구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본사에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승현 기자 2022.09.21

“공연 때만 찾아오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평소에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최고 수준의 문화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관객과 일반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공간을 표방한다. 공연이 없더라도 시민들이 인근 서울식물원의 자연을 즐기고 이곳을 방문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나의 ‘쉼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설계 및 감리를 맡은 홍석기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는 “공연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일반인들 입장에서 공연장은 생소한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공연장의 지속 가능성,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이들이 생활 속에서 공연장을 가깝게 느끼도록 연결해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석기 간삼건축 전무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간삼건축

LG아트센터 서울 곳곳에는 ‘연결 장치’가 마련돼 있다. 건물 3대 콘셉트 중 하나인 ‘튜브’가 대표적인 예다. 양대흥 간삼건축 수석은 “튜브는 건물을 남북으로 관통해 주변 동선을 건물 내로 유도하고 시설 내의 여러 프로그램을 완만하게 연결해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며 “방문객과 LG사이언스파크 연구원, 공연장 관계자들이 마주치며 새로운 발상을 창조할 수 있게 촉매제 같은 기능을 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 수준인 공연장은 간삼건축만의 설계 경험이 대거 반영됐다.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뮤지컬·연극·발레·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에 맞는 최상의 공연 환경을 제공하려면 각 소리의 특성과 공간에서의 작용, 건축 자재 및 마감재의 성질에 대한 통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홍 전무는 “공연장은 콘크리트뿐만 아니라 유리·벽돌·화강석 등 어떤 재료를 가지고도 디자인할 수 있다”며 “다만 공연장 안에서 공간과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점을 머릿속에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비만 더 투입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LG아트센터 서울 '게이트아크' 앞에 선 양대흥 간삼건축 수석. /사진제공=간삼건축

실제 메인 공연장인 ‘LG시그니처홀’은 내장 전면을 목조 마무리로 덮어 객석 전체가 마치 하나의 악기와 같은 형상으로 보여지는 것을 의도했다. 내부에 설치된 조명 장비 등의 주변에는 음향 투과형 재료를 활용했다. 무대 위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최소화해 공연의 몰입도를 높인 것도 특징이다.


간삼건축은 LG아트센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공연장을 맨발로 누볐다. 현장 답사한 공연장만 총 6개국, 9개에 달한다. 프랑스 디종 오디토리움, 노르웨이 오슬라 오페라하우스, 런던 빅토리아 시어터&콘서트홀, 네덜란드 베게너 콘서트 시어터, 미국 샌들러 공연예술센터 등이 그 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기존 공연장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을 보완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이 건물을 한마디로 ‘무대’라고 정의했다. 홍 전무는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써 무대는 물론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관객을 올려놓는 공간”이라며 “공연 전의 기대감과 공연 후의 여운이 공간 경험에 얹혀 오래 기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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