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유망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그간 KDB산업은행이 출자한 회사의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해 왔지만 자생적 사업 역량을 갖추려 사모투자(PE) 분야에 진출해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가 15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펀드 결성을 완료했다. 기관형 사모투자펀드(PEF) 형태로 사전에 투자 대상을 정해놓고 자금을 모으는 프로젝트펀드다. KDB인베는 연내 첫 투자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투자 대상 기업을 검토 중이다. 향후 추가 펀드 출자자(LP) 모집에 따라 펀드 규모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
KDB인베는 1500억 원의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를 통해 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경영권 인수와 더불어 일부 소수 지분 투자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 중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어도 자금난을 겪는 곳들이 많은데 KDB인베가 신규 펀드를 발판으로 이들 회사의 경영권 혹은 지분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은캐피탈이 조성될 펀드에 400억 원의 출자를 확정했고, 모기업인 산은의 간접투자금융실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출자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KDB인베와 인연을 맺어온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신한라이프·신한캐피탈·NH투자증권(005940) 등도 출자에 참여한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펀드 조성은 KDB인베 운용팀장인 손인배 상무가 주도했다. EY한영의 파트너 출신인 손 상무는 2019년 KDB인베에 합류했으며 대우건설의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지난해 중흥그룹에 대우건설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또 최근에는 진인식 전 산은 대구·경북본부장이 KDB인베에 합류해 펀드 관리 및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KDB인베는 2019년 산은이 7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구조조정 전담 투자회사다. 산은 출자회사의 구조조정 업무를 KDB인베가 전담하고 산은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금융으로 무게 추를 옮기려는 포석이 담겼었다. 산은 수석부행장 출신의 이대현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고 대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했다. KDB인베는 2개의 프로젝트펀드를 운용했으며 전체 운용 자산 규모는 1조 2957억 원이었다.
다만 산은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KDB인베의 역할이 일부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글로벌헬스케어펀드는 KDB인베가 구조조정 목적의 투자가 아닌 유망 기업 인수 및 발굴을 위한 PE 투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첫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석훈 산은 회장이 취임 이후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 신속성을 강조하면서 KDB인베에 맡기지 않고 산은이 직접 매각 등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KDB인베 입장에서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 새 펀드를 만들어 신규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