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정지 당시와 비교하면 신라젠의 파이프라인은 양과 질 모두에서 확실 발전했습니다. 여기에 전문 인력도 2배 늘리면서 연구 수행 능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자신합니다."
신라젠에서 연구개발(R&D)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박상근(사진) 전무는 자사의 후보물질군을 두고 "젊은 파이프라인"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12일 2년 반만의 거래재개를 위한 심사를 앞둔 가운데, 핵심적인 개선 과제에 대해 완수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특히 최대 난관으로 여겨졌던 신규 파이프라인을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빅딜'로 확보하며 기대감을 더했다. 박 전무는 "기술 이전 시장에 나온 전세계 100개의 후보물질을 검토해 그중에서 12개→2개 단계로 추려 지난 8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의 위원 6명에게 만장일치로 항암 후보물질 'BAL0891'가 채택됐다"며 "상대인 바실리아에서도 글로벌 임상 3상 경험을 보유한 신라젠의 임상 수행 능력을 높게 보고 계약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의 이번 기술 도입은 총계약 규모가 약 3억 3500만 달러에 달하는 '빅딜'인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신라젠은 두 가지 조건으로 후보물질을 찾아 나섰다. 임상 단계가 당시 파이프라인 중 비어있는 1상 안팎이면서도 기존 개발 경험을 바로 응용할 수 있는 항암제가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2000년 글로벌 빅파마 로슈에서 감염질환 파이프라인을 들고 분사한 바실리아가 최근 항암제 후보물질들을 매물로 내놓아 거래 협상이 시작됐다. BAL0891는 바실리아가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NTRC로부터 기술 이전받아다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삼중음성유방암(TNBC)을 대상으로 임상시험계획(IND)까지 승인받은 후보물질이었다. 박 전무는 "이미 올해 상반기 미국 3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윤리위원회를 통과시켜 놓은 후보물질이라 행정 절차만 마무리하면 연내에 임상 환자 모집을 시작할 수 있다"며 "특히나 임상 1상에 대한 마일스톤이 없어 부담이 적고, 항암제의 유효용량과 안전성만 정해지면 뒤따르는 2·3상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AL0891는 인산화효소(카이나제) 2개 부문을 표적으로 하는 세계 첫 항암제(First-in-Class)에 도전한다. Threonine tyrosine kinase(TTK)와 Polo-like kinase 1(PLK1)을 타깃으로 세포 분열을 저해하면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박 전무는 "1상에서만 항암제임에도 불구하고 모집 환자가 총 100명 이상인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다"며 "단독 요법에서 시작해 중간에 병용 요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1상에서 2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의 기존 파이프라인으로는 비임상단계에 있는 'SJ-600' 시리즈와 미국 파트너사 리젠론과 신장암 대상 '펙사벡' 임상이 있다. SJ-600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GEEV'를 기반으로 항암 효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복수의 치료 유전자를 탑재할 수 있는 후보물질로 현재 특허 등록 단계에 있다. 현재 전세계 17개국에서 2a상 중인 신장암 대상 펙사벡은 내년 하반기에는 연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신라젠은 과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직접 임상 3상 완료까지 고집했던 것과 달리 위 후보물질을 언제든 기술 수출할 방침이다. 박 전무는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가 공개될 때마다 적절한 제안이 오면 발빠르게 기술 이전을 추진해 매출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라젠은 이 같은 파이프라인 재구성에 더해 연구 인력을 대거 늘리면서 거래 재개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박 전무는 "모회사 엠투엔의 적극적은 투자로 노바티스·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비롯해 정직원 의사(MD) 2명을 포함해 R&D 인력을 2배 이상 늘렸다"며 "개선 이행 기간에 착실하게 준비해 R&D 부문은 심사·평가에 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