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방한 중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이달 4일 전격적으로 만났다. 다만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팹리스) 암(ARM) 인수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ARM 인수 진행 상황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도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추가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전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가운데 면담했다. 이들은 면담 이후 만찬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삼성과 ARM의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일각에서 전망했던 ARM 지분 매각 등의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부회장은 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KES)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ARM 관련 M&A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보안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신 “국내 M&A 시장 활성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부회장은 앞서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M&A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이어 ‘LG디스플레이(034220)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협업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산업계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주요국 통화 긴축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주요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탄소 중립과 전통적 제조기술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숙제도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