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20대 정신질환자에게 경찰이 30차례 이상 총을 쏴 숨지게 해 ‘과잉진압’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당국이 당시 상황이 담긴 바디캠 영상을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뉴스와 ABC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 오전 5시께 디트로이트 서부의 한 아파트에 사는 가족으로부터 “조현병을 알고 있는 가족 구성원 포터 벅스(22)가 칼을 쥐고 놓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제임스 화이트 디트로이트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싶다”면서 총격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경찰의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벅스의 형제라고 밝힌 남성이 경찰에게 “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데다 칼을 쥐고 있다. 벅스와 이웃들의 안전이 염려된다”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출동 당시 벅스는 오른손에 20cm 가량의 칼을 들고 길 한복판을 걷던 중이었다. 영상을 보면 한 경찰관이 “칼을 내려놓아라. 우리는 당신을 돕기 위해 여기에 있다”, “당신의 형제가 당신을 걱정한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하자. 하지만 칼을 내려놓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연이어 말하며 벅스를 안심시키려 했다.
화이트 청장은 해당 경찰관이 특별대응팀(Critical Incident Response Team, CIRT) 소속으로 정신질환자를 다루는 훈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상 속 벅스는 경찰에게 “나는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쉬고 싶다”고 말하며 칼을 내려놓으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한다. 이어 벅스는 칼을 쥔 채 경찰에 달려들었고, 진압에 나선 5명의 경찰관들은 벅스를 향해 3초 동안 총 38발의 총격을 가했다. 벅스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화이트 청장은 “벅스가 경고도 없이 한 경찰관에게 달려들었다”며 “경찰관들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총을 쐈다”고 했다.
인근에 주차돼 있던 전세 버스도 날아든 총알 때문에 창문이 깨지는 등 파손됐다. 이웃 주민이자 버스 소유주인 에이런 몽고메리는 “총성이 그치지 않고 들려 범죄 집단 간 총격전이 벌어진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족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벅스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변호를 맡은 제프리 피거 변호사는 “버크의 부모는 조현병 증상이 악화된 아들을 보호하고 위험을 막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가 아들을 잃게 됐다. 경찰이 정신질환을 앓는 시민에게 왜 30차례 이상 총을 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디트로이트 경찰은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들을 모두 행정휴가 처분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조현병 진단을 받은 벅스는 2020년 8월 7살 나이의 의붓 여동생의 목을 흉기로 찌르고, 같은 해 3월에도 자신의 가족 두 명을 흉기로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벅스는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으나 이틀 만에 탈출했다. 벅스는 탈출 과정에서 경찰의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