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국군방첩사령부'로 거듭난다. 문재인 정부가 기존 국군기무사령부를 해체하고 안지사로 명칭을 바꿔 창설한 지 약 4년만에 윤석열 정부가 다시 간판을 바꾸어 다는 것이다. 이는 전임 정부시절 군의 방첩역량과 조직이 크게 약화됐다는 현 정부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안지사의 명칭을 방첩사로 변경하는 곳을 골자로 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국방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 14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개정안은 이후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다. 공포 즉시 명칭 변경이 시행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안지사는 최근 현역 장교 비밀유출 사건 등을 계기로 자체 역량강화를 위해 부대혁신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보안 방첩을 주 임무로 하는 부대의 정체성 및 임무 대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국방사로의 부대명 변경을 국방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같은 건의에 따라 부대명 변경의 필요성을 인정해 이번 부대령 개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원래 안지사의 뿌리는 기존의 육군 보안사령부와 해군 방첩대, 공군 특별수사대를 통합해 1977년 창설된 국군보안사령부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이 터지자 노태우 정부는 1991년 기무사로 명칭을 바꿨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2018년 해체해 안지사를 창설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한편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지난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권한을 남용해 기무사를 해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변은 “문 전 대통령은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하고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2018년 9월 기무사를 해체하고 안지사를 창설했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당시 기무사가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내용이 담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문건이 유출돼, 기무사 해체의 시발점이 됐는데, 이 문건의 유출 경위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은 원래 2017년 당시 기무사에 의해 작성된 것이다. 이를 더불어민주당과 군인권센터가 2018년 7월 8쪽 분량으로 공개했다. 해당 문건이 공개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정국 당시 쿠데타를 모의했던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확산됐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쿠데타를 준비했다는 음모론은 2016년 11월 1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의원이 주장했던 것이다. 기무사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은 추 대표가 음모론을 주장한 이듬해여서 시점상 정황이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무사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이뤄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해당 문건 작성을 헌정 중단을 노린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합동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그러나 민관합수단은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를 펼쳤음에도 계엄 추진 음모론을 입증할 증거,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공개한 문건이 최종본이 아니라는 점이 2019년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하태경 의원의 ‘계엄령 문건 최종본 목차’공개를 통해 드러나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아울러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시절 징계를 받았던 기무사 소속 중령 2명은 올해 7월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