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악화 우려로 반도체 업황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세계 5대 실리콘 웨이퍼 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초유의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이 시장 침체 효과를 상쇄하면서 하반기에도 이들의 실적이 계속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웨이퍼 시장 3위 SK실트론은 지난 상반기 27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97억 원)보다 132%나 더 증가한 수치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다. 웨이퍼가 없으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회로 모양을 찍거나 깎는 작업을 할 수 없다.
상반기 실적이 급증한 웨이퍼 기업은 SK실트론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섬코·신에쓰화학 등 글로벌 주요 웨이퍼 기업들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섬코는 상반기 497억 엔(약 48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늘어난 기록이다. 웨이퍼 사업이 포함된 신에쓰화학의 전자재료사업부의 4~6월 영업이익은 775억 엔(약 75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뛰었다. 대만 소재 글로벌 웨이퍼스와 독일 실트로닉스의 웨이퍼 영업 실적도 오름세를 띤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웨이퍼 시장이 초유의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세계 웨이퍼 물량의 90% 이상은 5개 소수 기업이 공급한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자동차·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 수요를 이들의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웨이퍼 기업들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 위축에도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섬코는 올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275억 엔으로 내다봤다. 2분기 263억 엔보다 4.56% 더 성장한 수치다. 섬코는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이 올 하반기를 넘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섬코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PC 시장에서는 웨이퍼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보이나 차량용·서버용 반도체 시장 확대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에쓰화학 관계자는 “일부 칩 고객사가 웨이퍼 두 장을 하나로 결합하는 공정을 택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