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하늘 물들인 불꽃…"가슴 벅찰 정도로 행복해요"

■3년 만에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가보니
100만 여명 운집한 시민들 설렘 가득해
절정은 한국팀 불꽃쇼…시민들 감탄 연발
인파에 공중화장실 앞 50m 장사진 이뤄
쓰레기 곳곳에 너저분…"쓰레기 버릴 곳 없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2'에서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여태 본 불꽃축제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영등포구 거주 김 모 씨)


“너무 예뻤어요. 폭죽이 하늘로 날아가서 반짝반짝 별처럼 빛났어요”(초등학교 1학년 박 모 양)


8일 오후 서울세계불꽃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100만여 명의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3년 만에 열린 축제인 만큼 시민들의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대화하는 부부부터 친구 여럿과 함께 돗자리를 펴고 닭꼬치·군밤·떡볶이를 먹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축제는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행사다.


이날 오후 2시에 공원을 찾았다는 박 모(53) 씨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나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놀랐다”며 “3년 전 축제 때 좋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 모(25) 씨는 “남자친구와 기념일을 맞아 축제에 참여했다”며 “좋은 날씨에 좋은 공연을 보니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밤하늘 물들인 빛…“가슴이 벅찰 정도로 아름다워”

오후 7시 20분, 카운트다운과 함께 일본팀이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조그만 폭죽 하나가 하늘로 날아더니 온 하늘을 빛으로 물들였다. 한강공원이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소리로 가득해졌다. 뒤이어 파랑·초록·빨강 등 형형색색의 폭죽도 하늘을 장식했다. 두 손을 꼭 잡은 연인도, 한 손에 아이를 안고 축제를 즐기던 부부도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환화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축제의 주제는 ‘We Hope Again’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다시금 꿈과 희망을 쏘아 올린다는 의미다.


절정은 한국팀의 불꽃쇼 ‘We hope Again-별 헤는 밤’이었다. 시작부터 우레와 같은 폭죽이 연달아 터지자 밤하늘이 한낮인 듯 밝아졌다. 흥분한 시민들이 소리를 질렀다. ‘BTS의 Dynamite’ Coldplay의 My universe’ 등 음악에 맞춰 불꽃이 크고 작게 반짝이며 터졌다. 불꽃쇼를 감상하며 감탄을 연발하던 김 모(30) 씨는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불꽃쇼도 절정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불꽃쇼 전반에 참여한 윤두연 불꽃 디자이너는 “모든 불꽃이 스토리와 음악을 함께 머금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불꽃쇼에 대해 시민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칭찬일색이었다. 부모와 함께 불꽃축제를 관람하던 김 모(9) 군은 “불꽃축제를 처음 왔는데 너무 신났다”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불꽃쇼도 너무 멋있었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감탄했다. 고향 친구랑 함께 놀러왔다는 박 모(68) 씨도 “사실 별 기대가 없었는데 가슴이 벅찰 정도로 아름다운 축제였다”고 밝혔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3년 만에 열린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로에서 불꽃쇼를 관람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100만 인파 몰린 불꽃축제…답답함은 여전

100만 여명이 축제에 몰린 만큼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일대의 교통이 통제되면서 인근의 교통이 마비됐다. 축제 현장과 가장 인접한 여의나루역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특히 많은 인원이 기존에 설치된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50m 이상의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이날 많은 인파에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배달플랫폼들이 배달을 중단하며 먹거리를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 부천에 거주 중인 성 모(29) 씨는 “음식 하나를 사려면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면서 “다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없지만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민의식은 여전히 ‘불발’…군데군데 쓰레기 너저분

이날 준비된 행사는 오후 8시 30분께 종료됐지만 많은 시민들은 공원에 남아 여운을 즐겼다. 뒤늦게 먹거리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았다. 불꽃놀이가 끝난 직후 ‘디제이 페너’ 등이 수천 명의 관객과 함께 공연을 이어가며 축제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다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연출됐다. 귀가하는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화장실 인근, 도로변, 잔디밭을 가리지 않고 널려 있었다. 대형 쓰레기통이 곳곳에 있었지만 쓰레기로 가득 찬 탓이 컸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강 모(34) 씨는 “매번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이 지적받긴 하지만,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며 “쓰레기를 버리려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마땅히 버릴 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8일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건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