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맥] 이재명 '기초연금 40만원' 승부수, 묘수일까 악수일까

"부부감액은 폐륜 예산" 성토..제1 입법과제
경기도 기본소득 같은 유권자 '효능감' 추구
여론은 우호적..60대 이상은 약 70% 지지
포퓰리스트 이미지 강화·청년층 반발은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든 ‘기초연금 40만원 100% 지급’ 카드가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초연금 확대를 위한 입법 추진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기초노령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모든 노인으로 점차 확대하겠다”는 주장입니다. 이후 공개석상에서 기회만 생기면 기초노령연금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용산구 노인중앙회를 방문해 "(노인) 부부가 같이 살면 기초연금을 깎는데 이것도 패륜 예산에 가깝다"며 "이런 정책은 있을 수가 없다"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하반기 핵심과제로 내세운 7대 민생 법안 중에서도 특히 기초연금 확대 입법과 관련해 자주 질문을 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기초연금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경기도지사 시절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던 기본소득처럼 여의도에서도 유권자들에게 효능감을 주는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목적이 큰 것 같습니다. 실제 이 대표 측근들은 사석에서 “재난기본소득 등이 지급된 이후에는 달라진 민심을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었다”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돈을 쥐어주는 것 만큼 강력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죠. 정권도 바뀌었고 더이상 도지사 신분도 아니지만 원내 1당의 의석을 활용, 법 개정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실제 여론도 우호적입니다. 최근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지난 24~2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에 대해 물은 결과 찬성이 63%, 반대가 31%로 나타났습니다.


기초연금 인상 카드가 사법 리스크 프레임을 벗어나 윤석열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누가 뭐래도 저조한 지지율입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며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기록 중인 20%대의 지지율도 사실상 60대 이상의 나홀로 지지로 힘겹게 이어가는 실정입니다.


기초연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현 정권의 마지막 버팀목인 노인층 지지까지 뺏어올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계산입니다. 실제 앞선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의 경우 기초연금 인상 찬성 여론이 무려 69.2%에 이르렀습니다. 정치 성향별로도 진보층은 물론 보수층도 찬성과 반대가 각각 62.6%와 33.4%를 기록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61% 대 35.8%로 찬성이 반대를 압도했죠.


만약 기초연금 확대가 국회 문턱을 넘으면 60대 이상 유권자 중 일부는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열의 국정 동력 훼손은 물론 이 대표를 향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관련 여론도 힘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표 입장에선 기초연금 확대는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묘수’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약점으로 꼽혔던 포퓰리스트 이미지가 강화되고, 청년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최병천 신성장연구소 소장의 조언입니다.



“단기적으로 유리한 이슈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마이너스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늘어나는 노인 부양비는 결국 현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돈이다. 증세 논쟁으로 가면 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20조~30조 만들 거냐’고 물으면, 해명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최 소장은 나아가 민주당과 이 대표가 현찰을 나눠주는 정책을 고집하는 관성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공약을 ‘되치기’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오히려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현찰을 나눠주는 게 아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2030세대의 65%가 기본소득을 반대했다. 현재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는 ‘더 신뢰감을 주는’ 정책 행보가 필요하다”



당내에서도 예산과 복지 분야를 오래 경험한 인사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 반대를 하지는 않지만 이 대표의 행보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보건복지위원회를 오랫동안 담당한 한 관계자는 “주요 선거 때마다 기초연금 확대 문제를 고민했지만, 재원 방안이 없어 공약에 최종적으로 올리지 않았다”면서 “현재 계획대로 기초연금 5종 세트를 도입하면 앞으로 3년 안에 예산이 2.5배로 늘어난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집권여당이었는데,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태”라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인층을 겨냥한 과도한 예산 투입은 청년층의 저항이라는 역풍을 만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민주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청년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면서 “국정감사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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