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수 개 월째 지연되며 면세 사업자 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자에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준비 기간이 최소 4개월 가량 필요한 데다가 이렇다 할 선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천공항공사가 ‘스마트 면세서비스(스마트 면세점)’ 도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세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입찰 절차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입찰 공고는 이르면 11월 초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은 상반기 중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업자 선정, 임대료 산정 방식 등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며 연기됐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지연되기 시작한 것은 사업자 선정 방식이었다. 기존에는 항공사가 입찰 서류를 검토해 사업자를 선정, 추천하면 관세청이 특허 심사를 통해 면세 특허권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관세청이 2곳 이상의 복수 사업자를 추천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관세청은 공항공사가 단독으로 면세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공항공사는 정부가 사실상 임대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과도한 개입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양 측은 한 발 물러서며 합의를 도출했다. 인천공항은 복수 사업자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관세청은 특허 심사에서 인천공항의 입찰 평가 반영 비중을 25%에서 50%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 선정 방식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번 입찰은 인천국제공항의 총 21개 면세점 사업권 가운데 제1여객터미널(T1) 9개와 제2여객터미널(T2) 6개 등 총 15개 사업권이 그 대상이다.
기존 사업자는 실적과 관계없이 정해진 임대료를 내던 ‘최소 보장액(고정임대료) 방식’이었지만, 이는 팬데믹으로 꺾인 실적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 고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져 임대료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출에 연동한 요율제를 적용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임대료에서 발생하는 공항공사는 당장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용 여행객 수나 항공편 수 비율로 산정할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며 면세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항에서도 빠르게 면세품을 쇼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인천공항의 ‘스마트 면세서비스’(이하 스마트 면세점) 도입 가능성도 면세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스마트 면세점이 도입될 경우 사업자들은 자사 온라인몰과 출혈 경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온라인 입점 수수료 등 ‘임대료’가 중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 면세점은 공항에서도 모바일로 빠르게 면세품을 쇼핑할 수 있는 제도다. 일명 ‘인천공항 버전 면세 플랫폼’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관세청 규제에 따라 시내 면세점에서 출국 3시간 전까지만 면세품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 면세점이 도입되면 고객들은 공항에서 이동하면서도 휴대폰으로 탑승 30분 전까지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게 된다. 공항 면세점의 시공간이 확장돼 고객들 쇼핑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 측 주장이다.
최근 관세청이 인천공항의 스마트 면세점 도입을 발표하며 인천공항은 관련 서비스 준비에 돌입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지난달 말 소프트개발, 컨설팅 업체와 ‘인천공항 모바일 앱 발전방향 수립 및 고도화 설계용역’ 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스마트 면세점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공항에 내는 오프라인 임대료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에도 임대료를 이중 부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업계는 스마트 면세점이 현실화되면 입점할 수 밖에 없는 터라 온라인 수수료율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입국 인도장 공간을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영세업자와의 경쟁, 혼잡도 상승 등의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이미 주요 면세업체들이 자사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고, 스마트 면세점의 매출 상승 기여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입국 인도장이 주류 판매가 제외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며 사실상 수익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스마트 면세점 도입과 입점 요율 등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지속되며 이에 대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신규 면세 사업자 선정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계약이 만료된 T1은 현재 공실이 발생한 상황이고 T2는 내년 1월 만료된다. 그러나 만료 후에도 6개월 더 연장이 가능해, 업계에서는 T2 현 사업자가 사실상 7월까지 운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스마트면세점을 도입할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로 잡고, 동일한 임대료를 적용한다면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 새로운 판매 채널의 구축과 운영에 따른 비용이 급증해 실적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