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고제한 규제 '물류 자동화'로 극복했죠…AI·로봇 총동원한 LG '등대공장' [르포]

■'자동화 60%' LG스마트팩토리 가보니
물류로봇이 자재 나르고 로봇팔이 냉장고 조립
'디지털 트윈'으로 10분 전 설비 이상 등 확인
생산량 20% 늘리고 자재 공급시간 25% 줄여
2025년까지 라인 완공…글로벌 거점도 단계적 도입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의 입체물류 자동화 시스템에 도입된 고공 컨베이어가 부품을 나르기 위해 박스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전경.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066570)의 냉장고·오븐 등 주요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경남 창원시의 ‘LG스마트파크1’ 공장. 조립라인이 위치한 3층에서는 작업자 대신 여러 대의 자동물류로봇(AGV)들이 바쁘게 자재를 담은 적재함(대차)를 나르고 있었다. 앞을 가로막자 AGV가 큰 음악을 울리면서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작업장 내에 배치된 3종류의 AGV가 물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부품 박스를 올리면 고공 컨베이어가 천장을 통해 필요한 작업 공간으로 순식간에 옮겼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이 지능형 무인창고에서 부품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5G 전용 통신망 기반의 AGV가 자재를 옮긴다”며 “지상과 공중을 연계한 입체물류 자동화 시스템으로 자재 공급시간을 25%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LG스마트파크’는 LG전자가 자랑하는 최첨단 스마트공장이다. 이곳은 지난 3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가 선정한 ‘등대공장’이기도 하다. 등대공장은 등대가 배를 안내하듯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의미한다. 국내 등대공장은 이곳을 포함해 3곳 뿐이다.


LG전자는 1976년 준공된 창원공장을 2017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1차 준공을 마친 이곳에서는 냉장고와 정수기 등 3개 라인을 가동한다. 최종 완공 목표인 2025년까지 오븐과 식기세척기 라인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LG스마트파크가 자랑하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해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 실제 공장 가동 현황을 똑같이 분석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된 시뮬레이션 공간은 실제 공장의 가동 상황보다 10분 먼저 상황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10분 뒤 어느 작업 공정에 자재·부품이 필요한지, 어느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통합생산동 1층 로비의 대형 화면에는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제품 생산실적 등이 송출되고 있었다.


3층 생산라인에서는 AGV 외에 조립 로봇들이 작업자를 대신해 사람이 하기 어려운 작업을 대신하고 있었다. 대형 ‘로봇 팔’들은 20㎏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했다. 섬세한 공정이 필요한 용접, 크기가 각자 다른 나사 체결도 로봇이 맡고 있었다. 다품종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컨베이어 벨트에는 여러 종류의 냉장고 부품이 밀려들고 있었지만 로봇들은 시리얼 넘버를 자동으로 확인해 제품에 맞는 정확한 공정을 소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냉장고 문의 경우 체결 부분에 맞추는 기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아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공정이었다”며 “냉장고 문을 로봇이 붙이는 건 전세계 최초다. 이처럼 기피 공정을 중심으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20kg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작업자들은 냉장고 내 서랍 등 부품을 삽입하거나 나사 작업과 같은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비정형 형태인 공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곳의 공정 자동화율은 업계 최고인 60% 수준이다. 공정 당 평균 13초에 1대씩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간 당 약 260대의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화 이전과 비교해 20% 가량 생산량을 늘렸다.


LG스마트파크의 과감한 혁신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과다. 이곳은 공장을 다시 지을 때 인근 문화재(성산패총)로 인한 층고 제한 규제에 걸려 공간을 수직으로 늘리기 어려웠다. 이에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한 끝에 고공 컨베이어로 천장까지 활용하는 등 지상과 공중을 연계한 ‘입체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물류면적 30% 감소, 자재 공급시간 25% 단축 성과를 거뒀다. 디지털 트윈을 통한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도 96%나 줄었다. 벽에 붙은 현황판에는 ‘지구가 도는 한 라인은 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던 셈이다.


이곳에서는 하루 수집량 약 50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장 전체의 상황을 실시간 확인한다. 회사는 공장 곳곳에 설치한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분석하면서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한다. 그 결과 제품의 불량 원인 분석시간은 약 50%, 현장 불량률은 30% 가량 줄어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이어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펼쳐 글로벌 가전 선도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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