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서민들은 대출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는데 공기업 직원들은 저금리 대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6개 공기업이 정부에 제출한 혁신 계획안에 따르면 27개 공기업이 특혜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직원 주택 구입 자금 대출 한도를 최대 7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금리를 시중은행 평균보다 낮추지 못하도록 하는 사내 대출 지침을 공기업에 통보했다. 그러나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를 어기고 1%대 금리로 최대 2억 원까지 대출해줬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7%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공기업 직원들은 파격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36개 공기업들은 현재 14만 9775명인 전체 직원의 1.6%인 2364명만 감축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총원(3만 1071명)의 1.0%(313명)를 줄이겠다고 했다. 한국전력공사의 감축 계획도 1.1%(260명)에 그쳤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아예 인력 감축 계획이 없다. 경제 위기로 고통이 가중되는 서민들과 달리 공기업 직원들은 ‘무풍 지대’에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 등 가진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 가구가 2021년 말 기준 38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 부채는 69조 4000억 원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 원 넘게 급증한다.
기획재정부가 6월 일반 국민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8%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심각하다고 했다. 또 71.8%는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공기관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의 태풍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강력한 구조 개혁을 하려면 공공기관과 정부부터 군살을 빼고 대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