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린 소리꾼의 길 표현했죠"

뮤지컬 '서편제' 주인공 이자람
12년째 빠짐없이 송화 역할 출연
눈 먼 주인공이지만 씩씩함 강조

소리꾼 이자람. 사진 제공=PAGE1

“많은 관객을 판소리로 만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기회가 뮤지컬 ‘서편제’예요. 제가 바라는 것은 제가 판소리를 정말 잘하니까 이번 기회에 제 공연에 한 번이라도 오셨으면 하는 거예요. ‘서편제’에서 우연히 저를 알게 돼 다른 공연까지 본다면 좋은 거죠.”


11일 서울경제와 만난 소리꾼 이자람(사진)은 올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2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의 작창·음악감독을 맡았고 2019년 초연한 창작 판소리 ‘노인과 바다’를 올해 내내 전국을 돌며 공연하고 있다. 9일에는 영국 런던에서도 소리를 풀어냈으며 연말에도 서울 공연이 잡혀 있다. 11월부터는 창극 ‘정년이’의 작창 작업에도 들어간다. 그런 와중에도 8월부터 시작해 이달 23일 막을 내리는 뮤지컬 ‘서편제’의 다섯 번째 시즌에 소리꾼 송화 역할로 출연 중이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이자람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PAGE1

그는 2010년 ‘서편제’의 초연부터 마지막 시즌인 올해 공연까지 빠지지 않고 함께하면서 작품을 상징하는 배우로 꼽혀왔다. 그에게 이 작품은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다. 최근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자람은 “‘서편제’만큼 제게 맞는 옷으로 대중을 만날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는다. 이번에도 기쁜 마음으로 했다”며 함께하는 이유를 전했다.


다만 ‘서편제’는 평단과 관객의 좋은 반응에 비해 흥행성에서 다소 약한 게 사실이다.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이자람은 “판소리 공연에 관객이 많지 않은 게 익숙한 탓에 충격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다만 뮤지컬이 상업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장르다 보니 판소리의 진입 장벽에 미안할 따름이다.



소리꾼 이자람이 뮤지컬 ‘서편제’에서 심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PAGE1

이자람은 12년째 계속했던 송화 캐릭터지만 “매일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을 잘 해내자, 너무 잘 하려고 하지는 말자는 생각”이라며 “극중에서 ‘살다보면’을 잘 부르고 동호 캐릭터를 잘 위로하며 하루하루 주어진 것을 잘 해내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송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씩씩하기를 바랐다”며 극중에서 눈이 머는 등 갖은 곡절을 겪는 송화를 피해자로만 보여주지 않고 소리꾼의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이자람을 볼 수 있는 곳은 판소리 공연장 외에도 창극 음악감독 크레디트, 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 보컬, 에세이집 ‘오늘도 자람’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는 여러 작업을 하면서도 버티게 되는 동력으로 ‘감사함’을 꼽는다. “준비 중인 학위 논문을 고민하다가도 ‘서편제’ 무대에 설치된 산등성이를 보면서 언제 ‘살다보면’을 불러보겠나, 뮤지컬에 서 보겠나 하고 고마움을 느껴요. 정서적·체력적으로 바닥을 치고 있는데 무사히 일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인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죠.”



이자람이 9일 주영한국문화원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9회 K-뮤직 페스티벌에서 창작 판소리 ‘노인과 바다’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주영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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