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부진에 항셍테크ETF도 맥못춰

美긴축 등으로 기술주 크게 하락
'TIGER차이나' 등 국내상품 4종
최근 1년간 수익률 -28% 맥못춰
운용규모도 넉달새 1300억 급감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홍콩판 나스닥’ 항셍테크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이 최근 바닥을 기고 있다. 금리 상승, 긴축 우려 등 여파로 기술주가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61%나 빠졌다. 하지만 홍콩 증시가 11년 만에 최저점까지 밀리면서 반등을 점치기는 여전히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는 전 거래일보다 5.07% 떨어진 52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 대비로는 41%나 추락한 수준이다. 항셍테크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30개 기술주의 시가총액을 추종하는 인덱스지수다. 인터넷·핀테크·클라우드·e커머스·디지털 관련 회사들로 구성된다. 이 지수를 인덱스로 추종하는 국내 ETF는 4개다.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TIGER 차이나항셍테크 펀드가 시총 3000억 원으로 이 중 가장 크다.


수익률도 죽을 쑤고 있다. ETF 4개의 지난 3개월간 평균 수익률(7일 기준)은 -17%의 손실이 난 상태다. 기간을 1년으로 넓히면 수익률은 -28%에 이른다. 추종 지수인 항셍테크지수가 연고점인 지난해 10월 22일 대비 47.6% 빠진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지만 이는 환노출형 전략으로 환차익을 보면서 방어한 영향이 크다. 항셍테크지수 ETF들은 홍콩달러 환율 영향을 받는데 홍콩달러는 미국달러와 연동된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성과가 시들해지면서 운용 규모도 쪼그라들고 있다. ETF 4곳의 AUM 총합은 7일 기준 4660억 원으로 4개월 전보다 22%(1328억 원) 급감했다.


항셍테크 ETF들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은 홍콩 증시가 역대급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항셍지수는 이날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장중 11년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홍콩H지수는 연초 대비 29.6%나 급락하며 중국 상하이 종합(-18%)보다 조정 폭이 컸다. 특히 국내 ETF들이 편입한 중국 기술주들은 정부 반독점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1년 내내 우하향하는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홍콩 증시의 하락 폭이 중국 본토보다 가팔랐던 것은 중국 경기와 미국의 유동성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는 특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긴축 국면에서 가장 좋지 않은 조합을 갖춘 셈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는 유동성 환경이 미국의 긴축과 동행하면서 미중 분쟁의 악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라며 “올 하반기 들어 홍콩 금융위기설이 확산되면서 리스크 회피 매매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4분기까지는 홍콩 증시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연구원은 “중국 경기는 4분기부터 완만한 반등이 예상된다”며 “남은 단추는 미국의 금리 인상 피크아웃(정점 통과) 시그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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