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신흥국 모두 성장률 줄줄이 하향…내년이 더 어렵다

■글로벌 침체, 출구가 없다
IMF 총재 "초긴축·전쟁 충격에 세계경제 악화 가능성"
내년 세계 성장률 2.9→2% 중반으로 하향 조정할 듯
대외 의존 큰 韓경제 직격탄…이미 수출서 경고음 커져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의 초긴축 기조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올리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정치적 이벤트와 맞물려 한층 가열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싸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난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킹달러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리더십은 실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누적된 부담이 내년이면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암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기구들은 세계 경제의 침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6일 미국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11일 세계 경제 전망치 발표를 통해)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세계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IMF가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2.9%(7월 전망)에서 2% 중반대까지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은 3.6%(4월)→2.9%(7월)→2% 중반(10월)식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럽과 중국 경제의 부진이 자리한다. 중국의 경우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연임 대관식을 코앞에 두고도 암울한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 안팎까지 추락이 예상되고 있는데 내년 전망도 미국의 강력한 견제, 공동부유에 따른 민간 경제의 위축 등으로 반전이 어려워 보인다. 유럽 경제의 엔진이라 할 독일 경제의 급격한 위축에서 보듯 유럽도 상황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3%(IMF 7월 전망 기준)에서 1% 중반대까지 수직 낙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답답한 대목은 내년에도 높은 수준의 물가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주요 20개국(G20)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6.3%에서 6.6%로 올려 잡았다. 당시 OECD는 “코로나19 및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고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 참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전황이 날로 격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물가 상승률 6%대도 과소평가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IMF의 10월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내년 세계 교역량 증가세도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7월 IMF는 내년 세계 교역량이 전년 대비 3.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확정치 10.1%)와 올해(전망치 4.1%)보다 크게 낮다. 전쟁 격화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추가로 뛰고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교역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정책 수립에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데 경제 침체 조짐은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라 정책적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의 경제 전망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말께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다시 하겠다”며 “필요하면 경제성장률과 물가 등을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올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 물가 상승률을 3.0%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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