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미술 경매 거래 규모가 최근 1년 동안 전년대비 34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아트마켓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이 20%, 영국이 1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성장세는 단연 눈에 띈다. 이에 국가별 현대미술 낙찰총액 순위에서도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근소한 차로 프랑스가 4위, 한국이 5위를 차지했다.
11일 미술계에 따르면 매년 가을 현대미술 시장분석 보고서를 내놓는 프랑스의 미술시장 전문 조사기관 아트프라이스가 올해는 처음으로 ‘초현대미술 시장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미술시장은 19세기 등장한 ‘인상주의 미술’, 근대 미술인 ‘모던 아트’와 분리해 1945년을 기점으로 한 ‘전후(戰後) 현대미술’을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콘템포러리 아트)’로 분류한다.
그 뒤를 잇는 신개념 ‘초현대미술(울트라 콘템포러리 아트)’는 “40세 미만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한 분야”라는 게 아트프라이스 측 설명이다. 2018년을 전후로 밀레니얼(1980년대초~2000대 초 출생 세대)을 위시한 MZ세대의 아트마켓 진입이 증가했고, 이들의 지지를 받은 40대 미만 젊은 작가들이 급부상했다.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동안 세계 동시대미술 경매 거래액은 역대 두 번째인 약 27억 달러, 한화로 약 3조 8800억원 규모다. 방역 정책 강화로 중국의 거래액이 33% 감소하는 바람에 사상 최대 실적이었던 전년 동기 27억 3000만 달러에서 소폭 감소했다. 보고서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미술시장은 9% 성장한 셈”이라며 “2000년 당시 연간 거래액 9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20년 만에 30배 가량 시장이 성장했고, 지금은 성장세의 안정화 시기”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현대미술로만 1조 5100억원(10억5000만달러) 규모의 경매가 이뤄졌다. 뉴욕에서만 낙찰액의 38%가 거래됐다. 중국은 1조650억원(7억4000만달러), 영국은 약 7000억원(4억8600만달러)을 기록했다. 프랑스 978억원(6800만달러), 한국 941억원(6550만달러), 일본 937억원(6520만달러)으로 비슷한 수준에서 뒤를 이었다.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자리매김 한 아트바젤(Art Basel)이 스위스·미국·홍콩에 이어 오는 2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나,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첫 진출지로 서울을 택해 지난 달 성공적 개최를 이룬 것이 시장 구매력을 철저히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40세 미만 작가의 거래가 활발해진 덕에 지역별 경매회사 매출에서 소더비 뉴욕, 크리스티 뉴욕 등에 이어 서울옥션(063170)과 케이옥션(102370)이 각각 11위와 12위를 차지했다.
작가별 낙찰총액은 장 미셀 바스키아가 약 3852억원으로 1위였고 뱅크시, 나라 요시토모, 조지 콘도, 세실리 브라운이 뒤를 이었다. 40대 미만 작가군에서는 요절한 1984년생 매튜 웡을 필두로 아야코 록카쿠, 플로라 유크노비치가 인기를 끌었다. 보고서는 “초현대미술은 현대미술시장의 15.5%를 차지한다”면서 “경매에서 거래되는 40세 미만의 작가 수는 20년 전보다 5배나 늘어난 2670명이었고, 상위 거래작가 10명 중 여성이 8명”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젊은 작가 작품의 투자와 수익성에 집착한 ‘단타거래’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트프라이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잦은 리세일(Resale·재거래)을 보이고 있는 아모아코 보아포(38)의 사례를 들어 “단기간 잦은 거래(flipping)가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들을 레드오션으로 내몬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서울경제가 분석한 국내 젊은 인기 작가들의 가격 하락 조짐과도 같은 맥락이다.국내 미술경매의 올 3분기 낙찰총액은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953억원의 46%로 급감해 인플레이션 조정기 및 안정화 국면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