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투입’ 중이온가속기 라온, 첫 빔 인출 시험 성공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
저에너지 가속구간서 정상작동 확인
IBS "2024년부터 본격 연구 활용"
신소재 합성·희귀원소 생성·정밀 관측



대전에 구축된 중이온 가속기 ‘라온’ 시설 전경.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비 1조 5000억 원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 라온(RAON)이 첫 번째 작동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라온은 강한 중이온빔(중이온 입자가 만드는 일종의 광선)을 만들어 각종 첨단 연구에 활용하는 장치다.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핵물리·바이오 등 한국 기초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7일 오후 3시 3분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 구간 첫 번째 빔 인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빔 인출은 라온에서 중이온 입자를 가속시켜 중이온빔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중이온 입자는 우라늄 같은 무거운 이온 입자를 말한다. 중이온빔을 만들려면 이런 무거운 입자를 광속(초속 약 30만 ㎞)의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라온 구축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이유다. 빔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국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면 희귀 동위원소 생성, 신소재 합성, 정밀 관측 등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가 가능해진다. 이번 빔 인출 성공은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라온이 정상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성능 시험 결과다. 과기정통부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제작을 마친 후 시동을 걸어 주요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1단 기어로 저속 주행을 성공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S는 내년 3월 저에너지 가속 장치 시운전을 목표로 가속 시험 구간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빔 인출 시험을 꾸준히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2024년 본격적으로 가동해 실제 연구에 빔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홍승우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라온은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중이온가속기와 견줄 만하다”며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시운전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 시설. /사진 제공=과기정통부

정부가 2011년부터 총 1조 5183억 원을 들여 대전에 구축한 라온 시설은 완공 시점이 수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라온 사업은 이번 완공에서 끝나지 않고 2025년까지 성능을 검증하는 126억 원 규모의 ‘선행 연구개발(R&D)’ 사업과 고에너지 가속 시설을 만드는 ‘2단계 사업’으로 이어진다. 다만 2단계 사업의 예산과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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