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硏이 연구주제·인재채용 결정토록 자율성 높여야"

[본지 주최, 한국재료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 합동 토론회]
기술패권시대 인재확보 중요한데
내년 예산 정체되고 정원도 동결
연구자율 있어야 R&D생산성 커져
블라인드 채용 방식도 변화 필요
도전·모험하는 연구환경 조성 위해
과감한 이공계 정부지원책 주문도

서울경제가 7일 한국재료연구원·한국전기연구원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퍼펙트스톰(대형 복합 위기) 속 미래 과학기술 혁신’ 토론회에서 이정환(왼쪽부터) 재료연구원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김남균 전기연구원장 직무대행이 참석자들과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재료연


“안보와 경제·과학기술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기술 패권 시대에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국가연구소에 연구개발(R&D)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율성을 높여줬으면 좋겠어요.”


서울경제가 7일 경남 창원특례시에 위치한 한국재료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의 간부들과 함께한 ‘글로벌 퍼펙트스톰(대형 복합 위기) 속 미래 과학기술 혁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연구의 우선순위 선정과 인재 채용·관리 등에 대한 출연연의 자율성을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우선 이정환 재료연구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출연연이 지역에서 기업과 대학·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과학기술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재 확보가 중요한데 내년에 예산이 정체되고 정원도 동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애로가 있다”고 토로했다. 신입 연구자를 뽑으면 20%가량은 그만두고 기존 연구자도 대학 등으로 이직하는 현실에서 출연연이 전반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연연에 블라인드 채용(경력·학력을 따지지 않고 인력을 뽑는 방식)을 실시하도록 했는데 지역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연연이 투자 재원을 갖고 연구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원장은 “경제위기 시대에 정부의 R&D 예산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독창성과 창의성, 지속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위해 연구 현장의 자율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전략기술의 핵심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일본의 물질재료연구소(NIMS)처럼 박사후연구원(포닥)을 많이 뽑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포닥에게 기회 창출, 평판 관리, 임금 보전 측면에서 당근책이 될 만한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고 했다. 현재 재료연은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연구와 바이오·복합재료 인증 평가, 우주항공·수소·방산 등의 극한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7일 경남 창원의 한국재료연구원에서 ‘글로벌 퍼펙트스톰(대형 복합 위기) 속 미래 과학기술 혁신’ 토론회가 끝난 뒤 한국재료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 간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재료연


김남균 전기연구원장 직무대행은 “전기연과 재료연처럼 지역에 본원을 두고 있거나 지역 조직이 있는 수도권과 대전의 출연연은 글로컬(global+local), 즉 국제화와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외 포닥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해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의 소재 기술이 강한 전기연에서도 역시 인재 관리가 핵심 관건이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25년 전 IMF 경제위기 이후 지속되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이공계 학부와 대학원 진작책을 시급히 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권용남 재료연 재료디지털플랫폼연구본부장은 “대학 입시에서 인재들이 의대·치대·약대·한의대까지 연 8000여 명의 정원을 채운 뒤 공대를 가는 현재의 흐름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과감한 이공계 지원책을 주문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가적으로 도전하고 모험하는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인재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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