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창업진흥원(창진원)이 최근 몇 년 간 구글플레이와 협약을 맺고 진행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의 성과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경제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창진원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 ‘창구 프로그램’의 성과 지표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창진원은 창구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데모데이에 참석한 벤처캐피탈(VC)에게 받은 투자가 아니라 참여 기업이 별도로 외부에서 유치한 금액을 창진원 투자 성과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 지표에는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총 223억원, 305억원, 481억원 등 3년간 유치한 총 투자 금액을 1009억원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지난해 창구에 참여한 두 기업의 경우 프로그램 참가에 따른 협약이 6월에 시작해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이어졌는데 창진원은 그 해 3, 4월에 이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를 사업 성과로 포함해 집계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수개월 전에 유치한 금액까지 모조리 집계해 사업 성과로 포장한 것이다.
통상 스타트업이 처음 심사역을 만나 투자 유치를 완료하기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반년 이상까지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2020년에 참여한 기업도 협약 기간은 8월 1일부터 다음해 5월 31일까지였는데 2020년 8월에 받은 투자를 성과로 잡았고 2019년에는 6월 24일부터 다음해 6월 23일까지가 협약 기간이었지만 협약이 시작된 지 고작 한 달 뒤인 2019년 7월에 유치한 금액을 사업 성과로 집계했다.
매출 역시 협약 기간 동안 참여 기업에서 올린 매출을 창구 프로그램의 성과로 기록했다. 창진원은 2020년 창구 프로그램의 경우 그 해 8월부터 지난해 5월 말까지 60개 참여 기업들이 총 2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측정했다. 하지만 창구 프로그램이 아니었어도 자연스레 기존 매출이 이어지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창구의 매출 성과는 과거와 비교해 매출이 증가한 부분만 따로 집계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창진원은 매출 전액을 비롯해 심지어 참여 기업들 중 협약 기간 동안 오히려 매출액이 감소한 경우까지도 함께 묶어 집계했다. 프로그램 참여 기간 동안 기업은 매출이 오히려 줄었지만 해당 매출 전액이 창진원의 사업 성과로 포장된 것이다.
창진원 관계자는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VC 업계에서는 청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투자 유치를 받은 실적이지만 해당 사업과 맞물려 있다고 판단했다"며 “매출의 경우에도 협약 기간 중에 발생하는 건들만 성과로 잡고 있고 참여 기업들의 매출 증감 여부도 내부적으로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진원은 지난해에도 글로벌 엑셀러레이팅 사업 성과 지표에 국내 사업 성과까지 잘못 포함해 측정한 만큼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