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규제지역 해제’라는 호재도 집값이나 매수 심리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지역에서 풀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높아졌는데도 높아진 이자 부담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9월 26일 이후 체결된 매매 계약 13건 가운데 12건이 고가 대비 2억 원 이상 하락했다. 상승한 1건은 2016년 10월 이후 약 4년간 거래가 없던 ‘송도웰카운티4단지’뿐이다. 특히 하락 거래된 12건 가운데 3건은 4억 원 이상 급락했다.
지난해 8월 11억 5000만 원(43층)에 거래됐던 ‘송도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5.0㎡는 9월 27일 7억 원(26층)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전 고가에 비해 무려 4억 5000만 원(39.1%) 떨어진 것이다. ‘송도글로벌파크베르디움’ 84.9㎡ 역시 지난해 9월 11억 5000만 원(6층)에 팔렸지만 지난달 28일에는 4억 원 하락한 7억 5000만 원(9층)에 계약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송도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지만 금리가 워낙 높은 상황이어서 매수 수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송도동 공인중개사 A 씨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고 조정대상지역으로만 남아 LTV 한도가 10%포인트 늘어났지만 얼어붙은 매수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처음 조사된 10월 첫째 주(3일 기준)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5% 하락했다. 같은 날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세종시 역시 전주 대비 0.39% 하락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다.
6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대구(수성구는 9월 해제) 및 전남 여수·순천·광양 역시 아파트 가격의 낙폭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 중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 씨는 “규제지역 해제 직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부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렸지만 수요자들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해제로 대출 한도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에 불을 지피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것은 상환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등 규제 완화 호재가 사실상 반감된 상황”이라면서 “이번 정부에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있어 비규제지역으로 바뀌며 나타나는 절세 효과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을 밟으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금리 인상 추이를 지켜보는 시장 관망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