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음악을 틀면 블라인드가 걷혀 창밖을 바라볼 수 있고 조명은 따뜻한 노란 색감으로 바뀝니다. 에어컨은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무풍 모드로 전환돼 명상에 최적화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기기간 연결을 넘어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스마트홈을 선보이며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한다. 업계 최신 사물인터넷(IoT) 통신규격인 ‘매터(Matter)’를 수용해 스마트홈 어플리케이션(앱) ‘스마트싱스’를 스마트홈 생태계의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다. 또 구글의 스마트홈인 구글홈과 협력해 구글 스마트홈 기기까지 생태계에 포함하기로 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연례 개발자 회의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허브 에브리웨어' 전략을 확대하고 새로운 IoT 규격인 매터와 연동된 외부 기기들을 스마트홈 생태계로 포용한다”며 “향후 5년 간 5억 명 이상의 새로운 이용자들이 스마트싱스의 편리함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도 협력도 함께… “이것이 진짜 개방성”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건 개방을 통한 스마트홈 오픈 생태계다. 삼성전자 제품 외에도 같은 표준 규격을 활용하는 기기라면 스마트싱스에 쉽게 연결되도록 했다. 이번에 매터 표준을 수용하면서 이를 채택하고 있는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의 상당수 스마트홈 기기들도 쉽게 연결하게 됐다. 2019년 12월 도입된 이후 가장 큰 IoT 표준인 만큼 매터를 통해 수백만 대의 기기가 호환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TV나 냉장고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모두 스마트싱스 앱으로 기능할 수 있어 스마트홈 허브를 굳이 따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같은 표준 규격의 경우 ‘갤럭시 퀵 페어’처럼 기기를 쉽게 발견하고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기존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홈 강자인 아마존, 구글 등을 상대로 오픈 생태계의 장점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연결만큼 보안도 중요
한 부회장은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이용자들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캄 테크놀로지(Calm Technolog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연결성 외에도 이용자 맞춤형으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테면 스마트싱스 앱으로 음악을 연동하는 ‘뮤직 싱크’ 기능을 통해 명상 음악을 틀 경우 이용자의 설정에 따라 이에 맞는 조명 색깔로 바뀌고 블라인드가 걷히면서 창 밖을 내다 볼 수 있고 에어컨은 무풍 모드로 전환된다. 음악 앱의 경우도 기존에는 스포티파이만 연결됐지만 유튜브뮤직 등 외부 앱의 허용 범위가 넓어졌다.
또 삼성전자의 음성 인식 플랫폼인 '빅스비'와의 연결을 통해 이용자 환경을 최적화한다. 이를 테면 이용자가 삼성 스마트TV에 “영화를 재생해줘”라고 명령하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사운드바, 조명, 에어컨, 블라인드 등이 영화 감상 환경에 맞게 최적화한다.
동시에 스마트홈에서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녹스 매트릭스 시큐리티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기간 연결 네트워크를 하나의 기기처럼 인식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통신을 하는 게 특징으로, 경쟁사에는 없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보안이다. 기존에 스마트홈 생태계의 경우 가전마다 연식의 차이가 있거나 냉장고나 청소기 같이 하드웨어 사양이 따라주지 못할 경우 이를 묶음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래된 기기에 탑재된 펌웨어의 취약성을 타고 이를 해킹하는 공격자 또한 막아낼 수 있다.
개인 최적화 살린 원UI 5.0
이날 삼성전자의 차세대 사용자 인터페이스 ‘원 UI(One UI) 5.0'의 업데이트 방향도 공개했다. 원 UI 5.0의 경우 개인 맞춤형 최적화의 장점을 살렸다. 이용자가 수면을 취할 때나 운동, 휴식, 작업을 할 때 모드별로 내가 원하는 모든 알림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측은 휴식 모드로 게임을 할 때 메시지 등의 알림이 못 오게 설정해도 회사 상사 등 몇 명을 예외로 설정해서 메시지나 통화 알림을 오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이달 말부터 갤럭시 S22 기기부터 적용된다.
이날 삼성전자 리서치는 로봇 팔을 작동하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각 국가의 개발자들이 참석하는 이 행사는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치러져 10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