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방위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내놓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1년 동안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 내 생산 불확실성이 해소돼 국내 업체들은 한 숨을 돌리게 됐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이 여전히 남아있어 불안한 상황은 여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와 긴밀히 논의한 끝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 같은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미국은 앞서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해 개별 심사 후 반도체 장비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1년 동안 유예 기간을 준 것이다.
중국 내 생산 차질 우려를 해소하게 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1년 간 허가 심사 없이 장비를 공급받게 돼 중국 내 생산 활동을 문제없이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와 협의하며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조치가 한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견제 못지않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이 중요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과 긴밀히 연결된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과도한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특히 중국 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진행 중인 투자에 대해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아닌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 의지가 강력한 만큼 제재 기조가 이어지면 그 여파는 국내 기업들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국내 기업들로서는 불안한 외줄타기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1년 뒤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알 수 없다”며 “정부를 중심으로 ‘원 팀’을 이뤄 미국과 중국에 우리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