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엑소더스…亞투자허브 기회 왔다

■ 애플 등 脫중국 러시…"한국 4분의 1만 잡아도 허브 도약"
美 동맹국간 공급망 구축 박차
對 중국 FDI, 4년새 1/10 토막
韓 우수 인력·에너지수급 장점
규제 풀고 노동유연성 등 손봐야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중국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애플은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14’의 일부 물량을 인도와 베트남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초 공개된 애플 아이폰14의 물량 일부는 인도와 베트남에서 만들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방국 간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의미하는 ‘프렌드쇼어링’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에서 생산하던 애플도 결국 두 손을 든 것이다. 3년 뒤인 2025년에는 인도산의 비중이 전체 아이폰의 25%까지 커지게 된다. 애플의 사례는 중국 엑소더스가 글로벌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이며 이는 이제 시작일 뿐임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급감하는 추세다. 2018년 1195억 달러(그린필드 투자 기준)에서 올 2분기 기준 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단순 계산해 연간 기준으로 올 외국인직접투자가 120억 달러라고 가정하면 4년 새 1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고 신규 투자도 아예 배제하다시피 한다는 의미다. 이달 16일 3연임 대관식을 여는 시진핑 체제가 대만 통일을 꾀하고 ‘공동부유’를 강조하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점도 ‘글로벌 공장’ 중국을 와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우리에게 새 기회가 될 수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중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의 4분의 1만 끌어와도 한국이 아시아의 투자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며 “우수한 인재,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가 없는 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등 인프라망이 (해외 기업에) 투자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는 달러 수급 확충을 통해 외환시장의 단비가 될 수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 유입을 지금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아시아 투자 허브로 도약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 유연성, 높은 세율 등을 손 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소모적인 정쟁에 혈안이 된 정치권은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서 린치핀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다”며 “해외 기업이 한국에 많이 들어올수록 글로벌 산업계에서 우리의 입김이 강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결 낮출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