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비버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시계회사 위블로는 2006년 ‘빅뱅 올블랙’이라는 손목시계를 발표했다. 시계 표면이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돼 바늘이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시계가 무슨 소용이 있나’는 기자의 질문에 비버는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봅니까”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미 손목시계가 시간을 확인하는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반려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간파한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손목시계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등의 대중화로 손목시계는 더이상 필요 없을 것 같은 현대에 이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다. 일본의 시계 전문 칼럼니스트인 시노다 데쓰오가 쓴 ‘손목시계의 교양’이다. 일반적인 손목시계는 지름 4㎝, 두께 1㎝ 정도인데 안에는 무려 100개 이상의 부품이 있다. 정밀도, 디자인, 착용감 등을 높이기 위해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다.
시계 자체의 역사는 서기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해시계로 시작한다고 한다. 이후 13세기에 유럽에 교회의 탑 시계가 등장했고 이후 소형화되면서 17세기말 몸에 착용하는 회중시계가 완성됐다. 지금의 손목시계 형태가 나온 것은 19세기초다.
1810년 최초의 손목시계가 출현한다. 이는 여성용이었는데 회중시계를 몸에 걸칠 수 없는 여성 특징에 따른 요구였다고 한다. 남성용 손목시계가 나온 것은 1880년 경으로, 군인용으로 주문됐다. 전투시 회중시계는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후 스위스가 세계최고의 손목시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알프스 고산지대에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에 작은 공산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기본 상황에서 인근 프랑스 등의 혼란으로 시계공 등이 망명해 오면서 확고한 산업 토대를 마련했다.
책은 200여년 손목시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등 장인들을 살펴본다. 또 세계 3대 그룹인 리치몬트, 스와치, LVMH 등의 전략도 알아본다. 세이코부터 해밀턴까지 30개 개별 시계 브랜드에 대한 소개도 담았다.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일본 기업이 특히 부각된다.
2012년 중국 산시성에서 사진에 찍힌 한 고위 관료가 차고 있던 고급 손목시계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스위스가 최대 피해국이 됐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이후 시진핑이 부패청산 운동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계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