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심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에서 직원을 철수시키고 기술 지원 서비스 등도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의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표적 기술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수출 통제가 반도체를 넘어 전기자동차·배터리 등 다른 첨단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KLA와 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이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직원들을 철수시켰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이들 기업이 YMTC에 설치된 장비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으며 새 장비 설치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 기업의 지원이 중단되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장비 업그레이드와 유지는 물론 개발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MTC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직원 수십 명이 상주 중이며 이들은 첨단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로 공장 운영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인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도 이날 미국 주재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중국 내 고객에 대한 직간접적인 서비스 및 지원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추진하겠다며 중국에 대한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국가안보전략(NSS)과 관련해 “경쟁자에 대한 신중한 맞춤형 표적 기술 수출 통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향후 수년간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기술이 마당 안에 있게 해야 하며 담장을 높게 해 전략적 경쟁자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 약화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국 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무역대표부가 관세에 대한 공식 검토에 착수했다”며 단시일 내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브레턴우즈위원회 주최의 행사에서 “서방 세계가 동맹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통해 중국·러시아 제품 의존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정학적 협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전지판, 전기차용 배터리 등을 거론하며 “프렌드쇼어링은 보호무역주의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 공급망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