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샬라메는 할리우드 영화 감독은 물론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갈망하는 청춘의 아이콘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본즈 앤 올’이 처음 공개된 베니스 영화제에서 프랑스 디자이너 하이더 아커만의 빨간 반짝이 맞춤 수트를 입은 티모시 샬라메가 레드카펫에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등을 훤히 드러낸 대담한 탑과 스카프, 슬림핏 바지에 검은 가죽부츠와 캣아이 선글라스를 매칭한 티모시 샬라메는 이 핏빛 영화의 스포일러를 제대로 예고하며 시선을 강탈했다.
베니스 영화제 기자회견에서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보다 그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티모시는 “198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가능한 모든 방식에서 권리를 박탈당하고 실존적으로 권리를 박탈 당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영화의 배경인 레이거니즘 시대를 언급했다. 그는 “‘리’라는 캐릭터는 힘을 지닌 청년이지만 자꾸만 부서져 가는 영혼이어서 그 존재 자체로 매우 매력적이다”라며 “내 성장기에 영향을 미친 클로에 세비니, 열두 살때부터 선망했던 브로드웨이의 명배우 마크 라일런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아버지로 만났던 마이클 스터바그, 늘 멋진 안드레 홀랜드, 그리고 테일러 러셀은 이미 드림팀이었다”고 밝혔다.
영화 ‘본즈 앤 올’은 인간을 씹어먹어야 허기가 채워지는 소녀 매런과 청년 리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빈 집에서 만나면 섬뜩할 것 같은 설리(마크 라일런스), 파멸로 이끈 생물학적 엄마(클로에 세비니)가 긴장감을 더한다.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 속 (인육을 먹는) 캐릭터들은 고립감에 빠져든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알게 된 감정이다. 우리는 관심을 받고싶어하는 나르시즘적 존재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접속’이 필요하다. ‘리’라는 캐릭터가 지닌 유사한 환멸이 공감되는 지점”이라고 해석했다. 또 그는 “지금 청춘은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소셜 미디어의 맹공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레딧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에 접속해 어느 집단에 속하는 게 좋은지 알아낼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내적 딜레마와 싸우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찾을 수 있다면 힘이 얻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다. 사회적 붕괴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가식적이지 않은 영화들이 중요한 이유다. 아티스트의 역할은 현실을 직시하고 밝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본즈 앤 올’의 원작은 채식주의자 카미유 드 안젤리스가 쓴 카니발리즘 소설이다. 그러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는 ‘식인’보다는 이방인으로의 경험, 사회 순응에 대한 압박, 그리고 불같은 청춘의 핏빛 사랑을 담은 로드 무비이다. 구아다니노 감독이 5년 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티모시 살라메의 스타 파워를 폭발시켰듯 ‘본즈 앤 올’에서는 마렌 이얼리를 연기한 테일러 러셀이라는 원석을 찬란하게 빛낸다. 테일러는 영국(BFI) 런던 영화제에서 올-블랙 앙상블과 챙모자에 뼈가 보이는 듯한 금빛 코르셋을 입고 레드카펫에 섰는데 티모시 샬라메가 선택한 알렉산더 맥퀸의 화이트 수트에 화이트 부츠, 비비엔 웨스트우드 다이아몬드 초커 목걸이와 또다시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주목을 받았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티모시를 두고 4년 만에 소년이 남자가 되고 직관이 지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 배우라고 했다. 그렇다면 4년 후 테일러 러셀은 어떤 배우로 변해 있을지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회원